GE, 삼성 등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 준비
전통적 은행 ‘해체’, 디지털로 새 가능성 도모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재구조화하고 있다. 자본이 주도하고 발전, 진화해 온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복병 ‘소프트웨어’를 만나 철저하게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해체는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된 건설을 의미한다.
 
‘구조화’의 본질은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질서가 부여된 세계는 질서에 맞게 체계적으로 움직이게 되며, 새롭게 형성된 질서는 모든 행위의 근거 내지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자본에 의해 구조화된다는 것은 자본이 가진 운동성을 근간으로 사회의 지배적 질서가 부여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인류는 자본에 의해 구조화된 세상에서 근 300년 정도를 살아왔다. 자본에 의한 구조화의 역사는 인류에게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진행됐다.

때로는 거품으로 형성된 활황을 누리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곧 이어 ‘경제적 고통’을 맛보면서 포말처럼 부셔지는 거품을 불황이라는 이름으로 겪어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지난(至難)한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아온 것이다.

이 같은 자본의 질서를 철옹성처럼 지켜주면서 세상을 함께 구조화시킨 것은 ‘기술’이다. 

기술은 시대에 따라 동력을 변경시켜 가며 진화해 왔고, 진화된 기술은 자본의 운동을 보다 강화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 기술 진화의 결과 ‘소프트웨어’
그런데 자본의 충실한 파트너였던 ‘기술’이 성공적으로 버전을 업그레이드한 ‘소프트웨어’가 되레 자본을 지배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컴퓨터 혁명 65년, 마이크로프로세서 발명 45년 그리고 인터넷 등장 25년 만에 소프트웨어가 주도권을 쥐고 자본에게 운동방식을 명령하고 질서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 압도적인 힘으로 세계를 주도하던 지난 100여 년 동안 지구상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명멸해왔다.

어떤 회사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고 또 어떤 회사는 블루오션을 찾아내 세계적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기업도 현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힘만큼 세계를 완벽하게 지배하지는 못했다.

자동차를 대중화시킨 제너럴 모터스(GM)도, 전기를 발명하고 가전제품을 개발한 제너럴 일렉트릭(GE)도 그리고 석유를 일상적인 에너지로 사용하게 한 거대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오늘날 애플이나 MS, 구글처럼 인류의 일상을 일거수일투족 지배하지는 못했다.

의식주는 물론 인간의 이동 및 업무 처리 과정은 모두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마비될 만큼 현대적 삶은 기술의 총아인 소프트웨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 2011년 넷스케이프의 공동창업주였던 마크 앤드리슨이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말했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당시 그는 “영화에서 농업 나아가 국방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주요 산업들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운영되고,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제공된다. 많은 승리자들은 실리콘벨리 스타일의, 기존 산업구조를 뒤엎은 기술벤처 회사들이다. 저는 10년 후에는 더 많은 산업들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대체될 것이고, 많은 부분을 새롭게 등장한 그 분야 최고의 실리콘벨리 회사들이 해낼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자신이 어떤 분야에 있든지 간에, 모든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혁명이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이미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업들도 똑같이 해당된다고 부연한다.
 
그 이유는 이미 소프트웨어의 강자로 군림하는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들도 점점 세일스포스닷컴과 안드로이드 같은 기업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환생하라”
소프트웨어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전통적인 굴뚝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환골탈퇴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복합 대기업인 GE의 CEO 제프리 이멜트는 올 가을 사내 컨퍼런스에서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된다”고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320억 달러(자산가치)의 GE캐피탈을 웰스파고 은행에게 매각키로 했다. 그룹 전체 매출의 28%가 캐피탈에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정리키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에 33억 달러로 매각키로 했다가 독과점금지법에 걸려 무산된 바 있는 가전부문의 매각도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키로 했다.

이처럼 기업의 핵심가치를 매각하는 것은 GE가 주도하는 ‘산업인터넷’을 위한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키 위해서다.

산업인터넷은 사물인터넷과 비슷한 개념인데, 산업현장 등의 대형기기에서 주로 이용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GE는 지난 2011년부터 준비, 올 가을에 정식 버전을 발표한 ‘프리딕스’에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프리딕스는 대형기계류에 센서 등을 부착해 정보를 읽어드리고 분석해서 산업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GE는 지난해 14억 달러의 매출을 이미 올린 바 있고, 올해 약 50억 달러의 매출이 예상하고 있으며 5년 뒤인 2020년엔 1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을 적용시킨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온도와 습도, 풍향, 풍속, 비행기 무게, 각 비행장의 사정 등 다양한 변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비행시간표를 산출했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사우스웨스트는 1억 달러의 항공유를 절감했다고 밝힌바 있다.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의 역량 강화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사업에서의 경쟁력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외장을 뺀 자동차의 모든 것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기술인 ‘코어’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 및 자율주행자동차에 탑재시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고자 한다.

이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돼야 삼성의 자동차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소프트웨어가 지배한다”
비단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신은 굴뚝 기업들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은행 업계에서 혁신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지는 스페인의 BBVA의 CEO 프란치스코 곤잘레스는 “은행은 소프트웨어 회사다”라고 말하고 ‘디지털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 스페인의 BBVA가 1억1700만 달러에 인수한 심플은행의 창업자 겸 CEO 샤미르 카르칼와 조시 라이시. 모두 카네기멜론대 MBA 출신들이다.

이를 위해 BBVA는 지난 5년간 5조원 가량을 전산 예산을 투입하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넷전문은행 ‘심플은행’을 1억17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기존 은행과 다른 행보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은 곤잘레스 회장의 ‘디지털화’에 대한 신념도 있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가 처한 입장도 한몫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말했던 마크 앤드리슨은 지난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앤드리슨은 “금융거래는 숫자에 불과하다. 단지 정보일뿐이다. 온라인 결제를 위해 10만 명의 인력, 뉴욕 맨하튼의 빌딩, 1970년대 시작된 메인프레임 기반의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지 않다. 오늘날의 금융서비스는 예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이전의 방식으로 금융업에 뛰어들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같은 현상은 ‘은행의 해체’의 신호로 읽어진다고 말한 것이다.

따라서 모바일과 결합한 소프트웨어와 지급결제수단은 은행과 금융업의 모습을 새롭게 재단할 것이라는 것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핀테크 업체나 인터넷 전업은행들의 주장이다.

사실 국내 금융권도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금융문화로 인해, 심리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역사는 변화를 거부한 사람과 기업에게 미래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역사가 말하는 흐름을 거부하면서 성공을 거둔 경우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변신을 위한 준비라고 말할 수 있다.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