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시장 주도권 선제적 전략
시장 다른 IBM, 구글 따라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시장에 강력한 오픈소스 바람이 불고 있다. 페이스북이 올초 업계 처음으로 자사의 머신러닝(기계학습) 소프트웨어를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공개 발표의 의미는 미약했다.

지난 9일 인공지능 선도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구글이 자사의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텐서플로우(Tenser Flow)'를 공개하자, 3일 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에 질세라 내부에서 개발한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를 개발자들에게 오픈소스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인공지능 관련 기술그룹에 의해 주도되던 머신러닝 기술 및 인공지능 개발이 리눅스와 안드로이드 등처럼 국제적인 집단지성의 힘이 보태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 오픈소스는 ‘현대판 공산주의자’
2005년, 빌 게이츠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를 ‘현대판 공산주의’라고 비판한 바 있다.

PC시장에서의 주도권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었지만 서버시장에서 리눅스가 무섭게 성장할 시기였다.

빌 게이츠의 입장에서 ‘오픈소스’ 진영은 지적재산권을 부의 근간으로 삼는 지식산업의 최대의 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대세를 형성하는 ‘OSS’를 무시할 수 없었다. PC이외의 부문에서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후 빌 게이츠는 오픈소스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리눅스 커널 개발과 관련, 중심적인 참여기업이라고 불릴 만큼 마이크로프트는 OSS에 많은 투자를 했다.

심지어 ‘MS오픈 테크놀로지’라는 OSS 개발을 위한 자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이쯤되면 구글이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공개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놓고 쳐다보고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구글이 OSS 전략으로 급성장을 했다는 것 말고도, 현재 우리 사회를 좌우하는 핵심 IT이슈(빅이터, 소셜, 클라우드, 모바일) 중에 OSS와 무관하게 성장하는 영역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 구글의 오픈소스 전략은
기술분석 블로그 ‘스트라태커리(Stratechery)’를 운영하고 있는 벤 톰슨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구글이 왜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는지에 대한 자신의 분석글을 올렸다.

벤 톰슨은 이 글에서 ▲최근 잘 나가는 기업들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다른 요소로 차별화해 성공하고 있으며 ▲머신러닝 생태계 측면에서 구글이 가장 취약한 곳은 소프트웨어이므로, 전세계 집단지성의 힘으로 보다 완벽한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구글이 ‘탠서플로우’를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소프트웨어 차별화의 경우,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사례를 들면서 애플은 독자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지만 돈은 단말(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벌고 있는데, 이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서비스’가 결합한 단말이라며 이것이 애플의 고성장 이유라고 말한다.

아마존도 단순한 사이트가 아니라 수만명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연결된 거대 유통 네트워크로서 가치를 발현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15억명의 월 사용자들이 수익을 발생시켜주는 구조라면서 소프트웨어가 아닌 다른 요소가 핵심 경쟁요인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머신러닝을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의 3 요소가 필요한데, 구글은 빅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는 이미 잘 갖추고 있으므로 독자 소프트웨어를 고집하기 보다 오픈소스전략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구글의 성장 방법
이같은 그의 분석은 상당부분 설득력을 갖는다. 우선 모바일에서 안드로이드가 보여준 성공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 운영체계와 관련,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서로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빌 게이츠는 윈도의 모바일 버전을,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시장에선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수용했고,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70% 정도를 점하고 있지만 윈도우즈의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다.

또한 구글은 대표상품인 검색엔진 분야에서 ‘야후’라는 거인을 무너뜨리고 성공을 일궈낸 놀라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승리를 만들어낸 전략은 ‘페이지랭크(Page Rank)’ 기술.

웹페이지 사이의 링크를 분석해서 많이 연결된 페이지를, 검색조건에 더 부합하는 문서로 판단하는 방법인 이 기술이 오늘의 구글을 낳은 것이다.

야후가 일일이 페이지에 링크를 거는 동안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활동만 기다리면 됐다. 사용자들이 검색하면서 알아서 페이지 링크의 상관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오픈소스는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수정거나 확장시켜준다면, 페이지랭크는 인터넷 사용자가 검색하면서 페이지의 상관관계에 대한 통계를 보다 높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구글은 외부의 사용자와 개발자들의 협업을 통해 시스템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에 익숙한 기업이다.

#인공지능 선두주자, IBM은?
구글이 머신러닝 소프트웨어의 공개는 인공지능에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기 위한 승자의 전략이다.

구글 검색 및 자율주행자동차에서 현재까지 보여준 인공지능 적용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구글의 ‘탠서플로우’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그 결과들은 구글을 통해 다양한 상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이 더 치밀해지고 빈번해질 수록 구글의 머신러닝 소프트웨어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구글보다 앞서 인공지능에 투자를 집중해왔던 IBM은 어떠한가?

‘왓슨’을 통해 해외의 의료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IBM은 머신러닝에 대한 소프트웨어를 공개할 수 있을까?

‘왓슨’도 기계학습 능력을 갖췄기때문에 조건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동일하다.

다만, IBM의 시장은 리테일이 아닌 기업 시장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은 모두 리테일 시장이 주력이다.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기업과 기업을 상대해야 하는 회사는 전략이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차이가 서로의 길을 다르게 정해줄 것 같다.

IBM은 지난 20세기 최고의 혁신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혁신’의 대표주자는 구글과 애플 등에 바통터치를 하고 말았다.

빅데이터, 소셜, 클라우드, 모바일 등 최신의 IT이슈에서 IBM은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한해에 60억 달러(전체 매출의 6% 안팎)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사용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주도권은 쥐고 있다.

그런데 그 주도권을 계속 쥐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아직 시장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글의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전략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뒤이은 공개가 인공지능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의 타깃이 다르지만, 오픈소스 전략이 지금까지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IBM은 이번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를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