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테크놀로지 글로벌 트렌드 –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제안이 지난 10월 1일 마감됐다. 올 초까지 빅데이터, IoT가 시장의 화두였다면, 하반기 핫 토픽은 단연 핀테크(fintech)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및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술을 말한다.

이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 질서를 파괴하며 창의와 혁신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 모델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다.

단순한 결제 및 송금 서비스뿐만 아니라 고객의 개인정보, 신용도, 금융사고 여부 등을 빅 데이터 분석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술까지 등장해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회인가? 위기인가? =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핀테크 도입과 골드만삭스의 사례’ 보고서에서 ‘디지털 채널,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저비용, 편리성으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이 지속적으로 기존 은행의 영역을 파괴할 것’이라며, 핀테크가 은행업을 잠식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파죽지세로 밀려드는 핀테크 시대를 맞아 금융기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스마트 혁명이 금융을 변화시키고 있고, 핀테크가 이미 금융질서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점진적인 진화를 통해 금융이 IT를 융합하거나, IT기업이 금융을 흡수하거나 이 둘 중 하나의 기로에 놓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금융회사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짜야만 한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한 KT컨소시엄과 인터파크 컨소시엄, 카카오컨소시엄을 보면 핀테크의 미래가 보인다.

IT기업을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자, 금융사, 핀테크 기업 등 여러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핀테크 기반의 다양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제안된 것이다.

이렇듯 핀테크는 거래 상대방을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 개인 및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분석 사업자, 특허·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평가사, 기업의 미래가치를 산출하는 전문기업,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보안 등의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 등 다양한 기업이 생태계를 구축하며, 점점 더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배운다” = 이제 막 핀테크가 싹을 틔우는 우리와 달리 중국은 과감한 규제 개혁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기반으로 구체적인 모습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중국은 IT사업이 비교적 늦게 꽃을 피웠지만 초고속 인터넷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모바일 환경으로 가버린 나라이다.

그런 토양에서 구글의 뒤를 잇는 대규모 IT그룹 알리바바와 중국을 대표하는 거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올 1월 인터넷 대출 합작벤처인 위뱅크 설립)’가 탄생했다.

중국 대부분의 IT기업들은 모바일로 똘똘 뭉친, 모바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발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중국의 IT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리테일 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페이먼트와 MMF상품은 물론 올 6월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마이뱅크(MYbank)를 통해 여수신을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뱅킹 솔루션을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비스로도 제공한다.

다른 한쪽에는 이제 잠에서 깨어난 대형은행들이 있다. 이들도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고, 카운터 펀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 ‘한방’이 바로 온라인 몰이다.

중국 공상은행(Industrial & Commercial Bank of China; ICBC)은 이미 플랫폼을 구축해 ‘이지 투 바이(Easy to Buy)’라는 사이트를 통해 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와인, 샴푸, 가전제품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거래량은 무려 1300억 위안(한화 약 24조원)이나 된다.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인터넷 종합 쇼핑몰 티몰(Tmall)의 작년 거래량이 7630억 위안(141조 5736억원)에 달하니 결코 적은 규모라 할 수 없다.

은행 고객들은 상품을 10% 할인가에 구매하고, 돈을 저금리로 빌릴 수도 있다.

1000채 이상의 아파트도 온라인 몰에서 거래됐다.

이 외에도 중국 최대 카드 발급사 CMB(China Merchant Bank)은 프라다백을 30% 할인된 가격에 택배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러 은행들이 차별화된 온라인 몰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이 온라인 몰에서 우선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이 아니다. 상품 라인을 확장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 더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여 더 많은 고객 경험 데이터를 얻으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전략이다.

◆DT시대, 주연 배우는 ‘핀테크’ = 앞서 언급한 핀테크와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비즈니스 게임 룰과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같은 기간 혁신을 주도해온 금융기관들이 지금은 혁신의 흐름에 힘겹게 맞추어 가고 있다. 디지털 골드러시가 일어난 지도 이미 오래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금융 전문가 ‘퀀트’들이 금을 찾아 실리콘벨리로 떠나고 있다.

오늘날 혁신은 데이터 테크놀로지(Data Technology; DT)로 무장한 IT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데이터 테크놀로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데이터로 돈 버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IT기업이 핀테크 혁명을 이끌며 데이터 테크놀로지를 잠에서 깨우고 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금융회사가 아닌, 비금융 기관과 IT 기반 회사이다.

금융회사는 수익보다는 ‘고객의 경험’과 ‘고객의 데이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채널에서 더 스마트한 서비스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DT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첫째 ‘우리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답은 명확하다. 경쟁자는 로컬에서 글로벌로, 금융사에서 비금융사로 확대됐다.

둘째 ‘우리의 데이터 플랫폼 전략은 무엇인가?’ 모든 혁신기업이 그러했듯이 혁신은 데이터로부터 나온다.

셋째 ‘우리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지금은 고객의 여정(Customer Journey)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결정하기 위한 여정인지, 최적의 시간, 최적의 채널에서, 꼭 필요한 상품을 추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비대면 금융거래 비중이 88%를 넘어서고 있다. 사이버상에서 고객의 경험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데이터를 통한 혁신을 이뤄야 한다.

DT시대에서는 데이터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호랑이 등에 올라타야 한다. 지금은 핀테크가 바로 그 호랑이다.

<SAS코리아 CSO 이진권 상무>Jin.Lee@s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