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포함한 ICT 업계가 클라우드법(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걸고 있는 기대는 자못 크다. 업계는 지난 3월 국회를 통과, 오는 9월 28일 시행에 들어가는 이 법이 국내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 방안 가운데 가장 큰 요소로 지적돼온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확대가 이 법의 시행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확대’ 근거 마련 = 클라우드법 제12조 1항의 국가기관 등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2항의 정부는 ‘국가정보화 기본법’에 따른 국가정보화 정책이나 사업추진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할 때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그리고 제20조의 정부는 공공기관이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또 범정부 차원의 클라우드 컴퓨팅 육성 지원 체계나 연구개발, 시범사업, 중소기업 지원, 전문인력 양성, 해외 진출 지원 등 실질적인 정부 지원 방안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은 물론 ICT 산업계 전반에 걸쳐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클라우드법은 정부공공 시장의 개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민간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2012년에 국정원은 국공립학교에서 민간사업자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체 개발을 유도했으며, 2014년에는 서울시가 추진한 모바일 웹 개발 프로젝트 과정에서 민간 발주를 허용하지 않고 정부통합전산센터를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린바 있는데 클라우드법의 시행으로 이를 해소할 길이 열린 것이다.

◆클라우드법 실효성 아직, 세제지원•규제개선 등 후속조치 수두룩 = 정부가 클라우드법의 시행을 계기로 오는 2017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지금보다 5배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것도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클라우드 도입 활성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클라우드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바로 효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을 비롯해 세제 조항이나 규제개선 등 후속 조치들이 매우 많다. 기본계획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이용 촉진 방향이나 도입 활성화 사항, 연구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 사항, 해외 진출 촉진 사항 등이 들어간다.

이를테면 민간기업의 클라우드 솔루션은 아직 조달청에 구매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공공기관에서 당장 민간기업의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수는 없다. 또 솔루션 및 서비스의 보안이나 신뢰성를 보장하는 인증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후속 과제들이다.

클라우드법 기본 계획은 이르면 올해 11월에 마무리되고, 2016년부터 정부 예산에 반영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공공기관들이 어떻게 클라우드를 도입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가 없어 앞으로 당분간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 유명무실 우려 제기, “제대로 된 후속조치 만들어야” = 업계에서는 클라우드법은 국내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 요건을 법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민간 솔루션 채택이나 규제 개선, 중소기업의 육성책 등 이 법의 핵심 사항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어 자칫하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앞으로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사문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클라우드법은 지난 2~3년간 국회 상정, 국회 통과 등 입법 추진 과정에서 첫 제출 법안에서는 구체적이었던 문구가 선언적으로 바뀌는 등 본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평이다.

또 정부통합전산센터 주도의 G-클라우드가 민간기업의 클라우드 솔루션 이용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1,2센터는 주로 중앙 정부부처가 그 대상이다. 지자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은 빠져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자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대상의 제3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을 발주했다. 이렇게 되면 민간기업에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우려의 목소리이다.

◆“해외 거점별 데이터센터 구축 등 실효성 있는 정책 내놔야” = 업계는 이번 클라우드법이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물론 더 나아가 클라우드 기반의 융합 산업의 활성화 등 전체 ICT 산업의 발전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라는 산업의 특성이 로컬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서비스 제공의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민관 공동으로 국내 ICT 기업이 진출한 거점별로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아마존 등의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등의 이점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국내 게임 업체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른바 K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해외 거점별로 구축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거라는 지적인 셈이다.

◆미래부, 클라우드 정책 추진 방향 밝혀 =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9월 10일 열린 ‘클라우드 엑스포 2015’ 컨퍼런스에서 클라우드 정책 추진 방향으로 △체감하는 지원 정책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육성 △클라우드 기반의 국가 혁신 지속 추진 △안전한 클라우드 이용 환경 조성 그리고 △소통 강화 등을 내걸었다.

먼저 클라우드 기업 육성 부문은 클라우드 기술 R&D 투자규모를 2015년 140억원에서 2019년에는 280억원으로 늘리며, 중소기업 등의 SaaS 개발 지원도 2015년 15개에서 2019년에는 100개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눈에 띈다.

국가 혁신 지속 추진 부문은 국가기관 등 공공부문이 클라우드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며,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적극 추진 등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또 금융, 의료, 교육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안전한 클라우드 이용 환경 조성 부문은 2015년 안에 클라우드 정보보호 기준 고시, 민간 주도의 품질, 성능 인증체계 마련, 그리고 2016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품질 및 성능에 관한 기준 고시 등으로 은행 수준의 클라우드 서비스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이다.

소통 강화와 관련해서는 클라우드 정책반(매주 1회), 클라우드 워크샵(월 1회), 클라우드 토론방 운영 등으로 전문가, 국민과 함께 정책을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