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이 빅데이터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기업은 물론 금융권, 심지어 지자체와 정부까지 빅데이터 전도사가 된 듯하다.

KT의 심야시간 통화 데이터를 근간으로 서울시의 심야버스 노선이 결정되고, 서울 강북삼성병원과 다음소프트가 협력해서 SNS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자살예보 시스템이 등장하는 등 빅데이터가 어느 틈에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별로 다르게 책정되는 관리비의 누수 부분을 찾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가 빅데이터 분석에 나섰다.

심지어 행정자치부는 예상되는 지자체의 갈등 이슈를 사전에 파악, 조정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기로 했단다.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자신들의 매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지자체가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빅데이터 학습에 나선 것이다.

물론 빅데이터의 쓰임새가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가에서는 개인의 소비와 납세 추세 데이터를 분석해 탈세를 추적하기도 하고, 건강한 사람과 불치병을 앓는 환자의 세포 데이터를 연구해 불치병 극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천체 현상을 분석, 우주의 진화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 빅데이터에 대한 긍정적 시각
이처럼 빅데이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저렴한 연산과 저장비용이 한 몫 하고 있다.

CPU와 스토리지 가격이 매우 저렴해지고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까지 조성되면서 평상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기술 자원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보급률이 80%(한국, 세계 4위)를 넘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돼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기업들의 빅데이터 분석 욕망은 커져 가고 있고, 매출과 연결된 빅데이터 분석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열린 빅데이터산업 설명회에서 “알리바바는 빅데이터의 최대 수혜자”라며 “세상은 지금 정보기술(IT) 시대에서 데이터기술(DT) 시대로 가고 있다”고 빅데이터 시대의 개막을 선포했다.

다음소프트의 송길영 부사장도 “빅데이터의 본질은 인간의 욕망을 관찰하고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빅데이터 연관 산업의 확장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신한카드의 위성호 사장도 “빅데이터는 꼭 해야 하는 업무고 투자하면 반드시 남는 장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카드업계 리딩을 유지한 것에 대해 지주회사가 인정하여 연임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

# 빅데이터에 대한 부정적 시각
그런데 꼭 위성호 사장처럼 빅데이터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거침없이 빅데이터 무용론 내지는 마케팅에 의해(일정 부분) 부풀려진 이슈라고 말한다.

물론 현재 그의 입장은 무용론 까지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2012년 그는 트위터에 “빅데이터가 화두인데, CRM 만능주의 때처럼 약간 회의적, 방대한 데이터를 다룰 수준 높은 알고리즘과 직관력을 갖춘 회사가 몇이나 될지”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처럼 초기 빅데이터의 모습에서 실체를 찾을 수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때보다 빅데이터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지난 7월 그의 페이스북에는 “데이터로 성공하는 회사들은 순서가 거꾸로 이다. 사업을 정하고 거기에 어떤 데이타가 필요한 지 정하고 그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구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래서 다루는 데이터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진정한 빅데이터”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처음 마케팅 이슈로 떠오르던 빅데이터론을 그나마 현실적으로 수용한 그의 고민이 옅보이는 글이다.

빅데이터에 대한 비판적 전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신호와 소음’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네이트 실버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그 가운데서 ‘알짜만 골라가는’ 사람들도 늘어난다”고 말한다.

즉 데이터를 해석하는데 유리한 것만 채택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는 이야기다.

‘블랙 스완’을 쓴 나심 탈레브도 “빅데이터는 더 많은 정보를 뜻할 수 있지만 더 잘못된 정보를 뜻하기도 한다”며 데이터의 량이 건초더미처럼 커지면 그 속에 떨어진 바늘은 더욱 찾기 힘들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 맥락을 같이 읽어야 하는 빅데이터
그래서 데이터 과학 전문가들은 데이터에 대한 기계적 해석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높인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는 구글의 예를 들어 맥락을 읽지 못하는 빅데이터 해석은 의미 없다고 말한다.

구글은 미국의 CDC(질병통제예방센터)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독감환자 추이 통계를 구글 검색을 통해 대행하고 있는데, 2013년 통계를 제외하고는 실제 독감환자와 구글 검색량이 동일한 트렌드를 유지한다.

다만 2013년 실제 환자와 구글 예측치가 2배 정도 차이가 났는데, 그 이유는 당시 독감백신 부족에 따른 언론의 잦은 언급으로 독감에 대한 예비수요치까지 구글 검색에 포함되면서 불일치를 보이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하웅 교수는 빅데이터는 단순하게 숫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맥락과 내용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통계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상관관계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과관계와 혼동하면 안된다고 주문한다.

인과관계는 맥락이자 콘텍스트이므로 인문학적 배경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예는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내용이다. 하버드 대학교 게리 킹 교수가 미국에서 ‘직업’에 대한 빅데이터 흐름을 파악하면서 발생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어느 날 트위터 등의 SNS에서 ‘직업’에 대한 언급이 급증했다. 해당 기간 동안 미국의 실업률 통계에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해당 시기에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Jobs)가 사망한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의 기계적 해석에서는 이를 잡아내지 못하고 전체 통계만 부풀렸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글(동아일보 2013년 2월22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컴퓨터에 영향을 받고 있다. 데이터는 직관에 의한 지나친 과신을 막아주고, 욕망에 의한 인지 왜곡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형편없이 작동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데이터는 사회적 관계 파악에 취약하고 문맥에 취약하고 ‘거대담론’을 다루지 못하고 가치를 모호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한다.

곱씹어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빅데이터 또한 피할 수 없이 많이 다가와 있는 정보통신기술이기 때문이다.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