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금융IT 업계 핫이슈로 부상했던 KB금융그룹(은행장 윤종규) 디스크 스토리지 입찰은 한국EMC(대표 김경진) 소속 채널 경쟁으로 압축됐다.

23일 국민은행 및 업계에 따르면, 약 2주전 경영협의회를 통해 이같이 결정된 사실에 대해 공식적인 협의를 마쳤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은행은 입찰 공고를 예정하고 있다.

◆국민은행 ‘디스크 스토리지’ 입찰 어떤 사업인가 =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주전산기를 현재 메인프레임 골격을 유지하면서 관련 스토리지 교체를 적극 검토해 왔다.

메인프레임을 증설하거나 교체를 할 경우, 과거 사용하던 HDD 기반 스토리지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적용하기 어렵다는 기술적인 이슈가 상존한다.

고객정보 등 각종 데이터는 기존 디스크 스토리지를 이용할 수 있지만, 운영하던 메인프레임 운영체제(OS)와 함께 구동되던 각종 파일시스템은 OS-디스크 스토리지를 함께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말 국민은행은 한국IBM과 5년 계약 총 1400억원 규모의 메인프레임 OIO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은 총 200억원 규모의 디스크 스토리지 교체 및 증설에 나서게 된 것.

◆EMC 스토리지 채택 과정은 =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2월 12일, IT부서장 2명을 포함한 총 14명의 ‘주전산기 도입 추진 TFT’ 구성,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한국IBM, 한국EMC 등 3개사를 대상으로 공개 제품설명회를 가졌다.

올 6월 30일 한국EMC를 최종 공급사로 선정하기 까지 국민은행은 이들 3개사의 기술표준 적합도, 데이터 전환 및 운영리스크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초 국민은행은 ‘IT운영위원회’를 개최, EMC 제품 선정을 최종 결정했고 빠르면 이달중 EMC 채널을 중심으로 한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다.

◆국민은행, “공정성 논란없어” 적극 해명 = 은행측은 그러나 이 사업에서 탈락한 벤더를 중심으로 공정성 논란을 운운한데 대해 적지 않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적극 해명했다.

우선, 논란의 핵심은 ▲기술검토가 있었는지 여부 ▲제안요청서 배포 없이 벤더를 선정한 배경 ▲기술 부적격 구두 통보 이유 등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효성, IBM, EMC 등으로 부터 개념검증(PoC)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접수, 국민은행 자체적인 기술검토를 진행했다”며 “탈락 업체들이 기술검토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 3개사는 지난 2월 이후 국민은행이 요구한 정보제공 요청에 적극 응했고, 이후 수시로 은행측 기술설명 요청에도 대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은행은 논란의 핵심이 되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싱크(Sync)-어싱크(Async)’ 방식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진다.

EMC, IBM 스토리지의 경우, 데이터를 백업하는 과정에서 싱크-싱크 방식을 채택하지만, 효성이 공급하는 히다찌 장비는 싱크-어싱크 방식을 채택한다.

싱크(동기식 전송)는 한 문자 단위가 아니라 미리 정해진 수만큼의 문자열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서 전송하는 방식이다.

어싱크(비동기식 전송)는 에디터 내에 동기신호를 포함시켜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 비동기식 전송은 시작비트와 정지비트 사이 간격이 발생, 가변적이거나 불규칙한 데이터 전송에 적합하다.

이에 따라 데이터 전송은 싱크-싱크 방식이 싱크-어싱크 방식보다 전송효율 면에서 우수한 성격을 갖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0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은행 이번 사업의 쟁점으로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시간.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동일벤더 제품인 EMC 장비에서 EMC 장비로 데이터 이관은 최대 3주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M 장비로 이관은 약 6개월, 효성이 공급하는 히다찌 장비로 이관은 약 4개월 가량이 소요된다고 국민은행은 밝혔다.

다만 이같은 기간의 숫자는 다소 해석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EMC가 자사 장비로 이관할 경우 은행 영업일에도 데이터 이관이 가능하지만, 이기종(EMC->효성, IBM)으로 데이터를 이관할 경우 주말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생긴다.

기존 데이터가 메인프레임 CPU를 거쳐 옮겨가야 하는 기술적 이슈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시간으로 놓고 볼 때 EMC는 최대 21일, IBM은 약 50일 남짓, 효성은 약 30여일이 소요된다. 현격한 차이는 아니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은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시간보다, 기간에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금융회사가 검증된 장비 외에 이기종 장비를 구매하고, 이를 위해 데이터를 옮기고 또 검증하고자 수개월동안 매주 시스템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민은행은 탈락한 업체들이 주장하는 ‘구두’ 통보도 이미 지난 정보제공요청에 명시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3개사에 정보제공요청서를 발송하면서 ‘책임한계’ 항목에 “답변자료를 제출한 모든 업체에게 유선 또는 서면으로 결과를 통보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는 것이다.<그림 ‘국민은행이 3개사에 발송한 RFI내 책임한계 내용’ 참조>

▲ 그림 ‘국민은행이 3개사에 발송한 RFI내 책임한계 내용’

은행 관계자는 “관련업체에서 탈락한 사유에 대한 공문접수를 원할 경우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효성은 HDS 본사 측 소명을 위해 국민은행에 탈락한 사유에 대한 공문형식의 입장 표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