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2.12.5 월 17:54
피플/칼럼
노동에서 벗어나고픈 인류의 소망 ‘인공지능’[인문학으로 보는 IT세상]“인공지능을 생각하다”시리즈(1)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6.28  17:06:2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신화적 상상력에서 시작된 ‘인공지능’
고된 노동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소망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알리바바의 마윈 등 고령자의 말벗 또는 어린이들의 교사 역할을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일본에서 시판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손정의, 마윈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로봇은 인간의 음성과 얼굴표정, 손짓을 인식할 수 있고 기본적인 대화도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첫 번째 ‘로봇’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인공지능은 아직 고대인들의 상상력에는 근접하지는 못한 듯싶다.

고대인들의 신화 속 상상력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스스로(auto) 생각하는(mata) 존재’이다.

그리스어 조합 Auto+mata=automata(오토마타). 우리말로 자동기계 정도로 번역되는 단어다.

이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인간을 돕는 오토마타를 갖고 싶다는 상상력은 3000년 안팎이 된 것 같다.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간의 노동은 점차 강도가 높아졌고, 각종 부역까지 떠맡아야 했기에 피곤한 노동의 일상을 벗어나고픈 욕망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 호메로스의 상상력 ‘인공지능’의 출발

   
▲ 자신의 아들 아킬레우스에게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하는 테티스. 요한 하인리히 휘슬리(1741~1825)의 작품,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소장.

2800년전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의 내용을 살펴보자.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친구이자 사촌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 의해 죽게 되자 트로이에 대한 분노에 칼을 다시 들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갑옷은 파트로클로스가 입고 전투에 참가했기 때문에, 적의 손에 넘겨진 상태다.

그의 어머니 테티스는 나서서 당시 최고의 장인이자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다시 한 번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부탁한다.

그런데 그의 작업실에 희한한 물건이 그를 돕고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18권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해면으로 얼굴과 손과
튼튼한 목과 털이 많은 가슴을 닦고 옷을 입더니
단단한 지팡이를 들고 절룩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러자 황금으로 만든 하녀들이 주인을 부축해주었다.
이들은 살아 있는 소녀들과 똑같아 보였는데
가슴 속에 이해력과 음성과 힘도 가졌으며
불사신들에게 수공예도 배워 알고 있었다”(‘일리아스’, 천병희 역, 515~516쪽)

헤파이스토스는 그의 어머니이자 여신 중의 최고의 신이었던 헤라에 의해 땅에 떨어져 지팡이에 의지하며 절룩거리며 걸어 다녀야 했다.

그래서 그는 대장장이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자신을 돕는 황금으로 만든 하녀를 만든 것이다.

2800년 전 음유시인의 상상력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황금으로 만들어져 고귀한 빛을 발하고 가슴 속에 이해력과 음성, 그리고 힘도 가졌다.

이해력은 생각하는 능력을, 목소리와 근육의 힘은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과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이미 전문가 집단에게 수공예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

한 마디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보다 몇 십 배는 뛰어난 ‘인공지능’인 것이다.

음유시인의 상상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에는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물건이 하나 더 존재한다.

“그는 튼튼한 마루의 벽에 세워 두려고
모두 스무 개의 세발솥을 만들고 있었는데,
세발솥마다 밑에 황금바퀴를 달아 저절로
신들의 회의장으로 갔다가 도로 그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놓았으니 보기에 장관이었다.
솥들은 그만큼 완성되어 있었으나 정교하게 만든 손잡이가
아직 달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손잡이를 달려고 못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일리아스’, 천병희 역, 514쪽)

고대 사회는 ‘제사’가 일상화된 사회이다. 고대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의례이며 그런 만큼 가장 번잡한 의례가 ‘제사’다.

위 대목은 호메로스의 상상력으로 ‘자동제사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순간이다.

구글 카를 포함해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두 자동항법장치를 만들거나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는데, 2800년 전 그리스의 올림푸스 산정에 이미 손잡이만 달면 완성되는 자동주행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던 것이다.

# 헤파이스토스, 인공지능의 달인

   
▲ 크레타를 지키기 위해 돌을 던지는 탈로스. 은화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자신만을 위해서 인공지능을 만든 것은 아니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를 위해 섬의 경비를 책임지는 강한 청동로봇을 선물로 준다.

호메로스의 제자 쯤 되는 로도스의 아폴론니오스는 ‘아르고나우티카’, 곧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 양털을 찾아 원정을 떠난 그리스의 영웅들의 모험담 또는 이아손과 메데이아의 충격적인 사랑이야기를 방대한 서사시로 쓰는데 아르고호의 영웅들이 크레타를 지나면서 이 청동인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같은 내용이 아폴로도로스의 ‘신화집’에도 등장한다. 다음은 그 ‘신화집’에 나온 내용이다.

“크레테에서는 탈로스가 접근을 막았다. 이 자를 두고 어떤 이들은 청동 종족에 속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미노스에게 선물로 주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청동으로 된 사내로서 (…) 목에서 발목까지 뻗어가는 하나의 혈관을 갖고 있는데, 그 혈관의 끝 부분은 청동 못이 막고 있다. 이 탈로스는 날마다 세 번 섬을 돌아 달리며 지켰다. 그래서 그 때도 아르고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돌을 들어 던져댔다. 그러나 그는 메데이아에게 속아서 죽게 되었다”(아폴로도로스 ‘신화집’ 강대진 역, 82쪽)

전승에 따르면 메데이아가 약으로 그를 잠들게 해 못을 제거했다는 말도 있고, 그를 불사의 존재로 만들어주겠다고 속이고 혈관을 막고 있던 장치를 제거했다는 말도 있다.

어찌 됐든 청동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세기적 팜므파탈 메데이아에 의해 그렇게 죽고 만다.

그러나 ‘탈로스’라는 이름은 미 해군에서 가장 먼저 군함에 탑재한 컴퓨터 유도 미사일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고, 지난 2013년부터 미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아이어맨 프로젝트, 즉 슈트타입으로 개발돼 인간보다 강한 근력을 제공하는 스마트한 전투복 프로젝트로 부활했다.

둘 모두 크레타 섬을 지켜던 청동 ‘인공지능’의 장점을 딴 이름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신의 명령으로 인공지능을 만든 경우도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건네주고 난뒤 주신 제우스는 불같이 화를 냈다.

프로메테우스가 보기에 다른 동물들에 비해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여 불쌍한 나머지 신들의 불을 건내준 것인데, 제우스는 그 불이 인간을 자신들처럼 안락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여겨 화가 났던 것이다.

그래서 헤파이스토스에게 인조인간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인간의 안락함을 빼앗기 위해 복수극을 벌인 것이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 ‘판도라’의 등장 신화가 그것이다.

   
▲ 프랑스 화가 니콜라스 레니에가 1623년경에 그린 '판도라', 마냉 미술관 소장

“곧바로 제우스는 불에 대한 벌로 인간에게 내릴 재앙 하나를 생각해 냈다. 그리하여 영광스러운 절름발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의 계획에 따라 흙으로 정숙한 처녀의 상을 하나 빚어냈다. 그리고 눈이 빛나는 아테나 여신은 그 상에 광택이 나는 옷을 입혀준 다음 허리 띠를 둘러주고, 머리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공들여 수를 놓은 면사포를 드리웠다. 정말 그냥 보기에도 아까운 모습이었다”(헤시오도스 ‘신통기’ 김원익 역, 66쪽)

이렇게 만들어진 판도라는 신들로부터 모든 선물을 받고(Pan 모든 + dora 선물) 남자들로 구성된 인간사회에 내려오게 되고 프로메테우스의 형 에피메테우스의 부인이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화의 내용처럼 올림푸스에서 내려올 때 절대로 열어 보지 말라는 항아리를 열게 되고 인간들은 각종 재앙 속에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그리스 신화의 세계에서는 제우스가 인간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보냈던 것이다.

# 철학자의 눈에 비쳐진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문학적 상상력에 그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내용을 참고해 그의 책 ‘정치학’에서 노예론을 펼친다.

“가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하인이 필요치 않거나 주인이 노예가 필요치 않은 경우는 꼭 한 가지 밖에 없다. 이것은 생명이 없는 도구들이 각기 마치 다이달로스(크레테의 장인, 이카루스의 아버지)가 만든 동상들이나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제기처럼 명령을 받아서 혹은 주인의 뜻을 스스로 헤아려서 일을 하는 경우이다. 호메로스는 이런 것들을 다음과 같이 시로 읊었다.

그것들은 스스로 움직여서 올림포스 산 위에 있는 신들의 회의 장소로 들어갔다.

다시 말하면 베틀의 북이 스스로 천을 짜고 현악기의 픽이 스스로 하프를 연주하는 식이다”(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라종일 역, 올재 19쪽)

노예제로 유지되던 당시 사회에서 노예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구히 존속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역설하면서 호메로스의 상상력을 차용한 것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호메로스의 상상력은 기막히게 적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신화와 서사시 속에서 역할과 의미를 키워왔고, 그리고 오늘날 영화 속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강한 인공지능’으로 성장했고(영화 ‘터미네이터’, ‘오토마타’, ‘이글아이’ 등) 실생활에서는 인간의 불편을 덜어주는 ‘약한 인공지능’으로 태어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인공지능’이 인간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될 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정답도 그려볼 수 없다.

현재 인간은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공진화되고 있기 때문에 예측은 예측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

< 저작권자 © BI 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1
OK저축은행-뱅크웨어글로벌 갈등, ‘점입가경’
2
하나은행 EDW, 결국 ‘오라클 엑사데이타’로…논란 확산
3
티맥스 그룹, ‘2023년 정기 임원 인사’ 단행
4
SK(주) C&C, 신임 윤풍영 사장 선임
5
KT,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
6
퀀팃-KB증권, ‘AI 포트폴리오 주문 집행’ 상용화
7
티맥스알지, ‘알투플러스’ 고도화 완료
8
KT, 글로벌 최고 통신사로 선정돼
9
우리금융, ‘금융종합솔루션 구축’에 역량 결집
10
KT-코웨이, ‘스마트홈 동맹’ 맺어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5길 13, 904(여의도동 유창빌딩)| Tel: 02-785-5108 | Fax 02-785-5109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주)비아이코리아닷넷 | 대표이사 : 김동기 | 사업자 등록번호:107-87-99085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동기
등록번호 : 서울 아01269 | 등록일자 : 신고일자 2008.10.22 | 발행인:김동기 | 발행일자:2010.06.01 | 편집인 : 김동기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동기
Copyright © 2012 BI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