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네트워크 시장의 이슈는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이다.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은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실현할 기반 통신망을 마련하고자 추진되는 국가사업이다.

그 진행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올해 4월 초 정보화전략계획(ISP)이 마련됐지만 현재 기획재정부가 예산 재검토에 착수하고 나섰다. 본 사업까지 드는 1조 7천억원의 예산이 과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사업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4세대 이동통신(4G, LTE)에 대한 투자가 완료 단계이고, 향후 이어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는 2020년에서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에서 2015년 통신·네트워크 업계에 ‘재난망’ 만큼 큰 사업은 없기 때문이다.

◆SDN의 모든 이점, 재난망에서 구현 가능 = 이런 시점에서 재난망을 SDN으로 설계 구축하면 네트워크 인프라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 등 SDN의 장점을 가장 극명하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잘 알다시피 SDN의 장점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히고 있다. △중앙 집중적인 관리 △비즈니스 민첩성 향상 △비용 절감 등이 그것이다.

먼저 SDN의 핵심 구성요소인 SDN 컨트롤러를 이용해 중앙집중적인 통합 관리를 할 수 있다. 특정 벤더의 장비가 아닌 개방형 표준 솔루션을 채택함으로써 네트워크 설계와 운영을 단순화할 수 있다.

또 과거 수시간 또는 수일이 걸리던 네트워크 배치 작업을 SDN에서 매우 신속하게 처리해 비즈니스의 민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SDN은 포워딩 기능과 네트워크 제어가 분리돼 있어 제어 계층에서 제공하는 노스바운드 인터페이스 API(North Bound Interface API)로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벤더에 의존하지 않고 사용자 스스로 원하는 환경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SDN은 개방형 환경이라는 점에서 특정 벤더의 장비에 매이지 않으며 이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사용자 업무에 맞는 장비 선택의 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필요한 기능만 도입하면 된다.

◆“SDN 재난망, 재난 대응 외 수익 창출 안프라 될 것” = ‘국내 1호’ SDN 전문업체 나임네트웍스의 류기훈 대표는 올해 4월 열린 재난망 포럼에서 “재난망을 SDN 구조로 구축하면 재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놀고 있는 인프라를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서 “그리고 재난망 사업을 국내 ICT 생태계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난망이 SDN 구조로 설계되면 재난망은 재난 대응 외 수익 창출을 실현하는 토대가 된다는 얘기인 셈이다. 재난은 늘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재난망이 재난 대응 용도로만 사용된다면, 재난망은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가 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 24시간 365일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유휴 상태일 경우 그 활용 방안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SDN은 바로 이를 실현하는 핵심 무기이다.

기존 네트워크 구조에서의 재난망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망 자원을 별도 용도로 분배하고 다시 통합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그렇게 활용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SDN 구조로 구성된 재난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SDN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 망의 용도를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망을 평상시에 놀리지 않고 알차게 쓸 수 있다.

류기훈 대표는 “재난망은 그 특성상 도심 지역보다는 지방부터 구축이 진행될 것이다. 지자체의 경우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될 만한 네트워크 활용 방안이 있다. 예를 들어 농사에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을 활용하는 망이라던가, 농촌 총각 결혼 지원 등 지자체 사업 추진에 활용되는 망 등을 들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일시에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고, 완벽한 무중단 운영이 필요하지 않는 분야에 재난망의 가입자망을 가상화해 임대,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SDN 기반 재난망, 안정성 저해하지 않아…일본 입증” = 실제로 일본의 경우 재난망 사업에 SDN 구조를 채택, 진행하고 있다. 지진이 빈번히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재난망은 중요한 국가사업이다. 일본의 SDN 기반 재난망 사례는 SDN 구조가 망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발표된 재난망 ISP에는 SDN에 대한 사항이 포함되지 못했다. SDN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지금 당장 국가망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비단 재난망 사업뿐이 아니다.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DN이라는 개념이 제시된 것은 오래됐으나, 상용 솔루션이 나온 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마치 클라우드가 업계에 처음 제시됐던 때와 마찬가지다. 그래도 최근 1년 동안 SDN을 실현할 인프라 솔루션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kny7732@bikorea.net

<박시현 기자>pcsw@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