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N(Software Defined Network,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의 콘셉트가 지난 2007년 처음 나오고,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 벌써 2~3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용자들은 SDN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 정의가 표준화돼 있지 않은 탓이다. 중구난방 격이다.

SDN으로 IT 인프라를 혁신했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전사적이기보다는 일부 업무에 국한돼 있다.

분명한 것은 “SDN이 미래 네트워크 방향”이라는 점이다. 모든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SDN은 벤더 종속적이며 고비용에다 복잡한 레거시 네트워크를 타개할 새로운 네트워크의 대세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BI코리아>는  <SDN 특별기획>을 통해 SDN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고, 현재 SDN 기술 발전 추세와 관련 업계의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 SDN 시장의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연재순서
<1> SDN, ‘춘추전국시대’ 맞이하다
<2> SDN, 어떻게 네트워크를 혁신하나
<3> SDN의 키워드, 가상화·컨트롤러·NFV
<4> SDN, 네트워크 업계 판도 바꿀까
<5> 업체별 SDN 전략 및 솔루션

<1> SDN ‘춘추전국시대’3개 진영 각개 전투
확산기까지 1년 남짓…업계는 3개 생태계 대결구도

◆SDN, 네트워크를 신속하게 = 현대 비즈니스는 IT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비롯한 DB, ERP, DW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등 IT 없는 비즈니스란 생각할 수 가 없다. 최근 몇 년 간에는 가상화,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이 세상을 풍미하며 아주 생소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열고 있다.

이 가운데 서버와 스토리지는 지난 역사에서 아키텍처가 새로 변모하며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유독 네트워크만은 예전 그대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네트워크가 IT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한다.

이제까지 구축된 대다수의 네트워크들은 30년 전 개발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네트워크 장비에 탑재된 네트워크 기술들은 진화했을지언정 이 장비들의 집합인 네트워크 구조는 그대로 이어져 왔다.

이런 아키텍처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에는 많은 품이 든다. 일반적으로 장비를 새로 도입하고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그 장비를 장비별로 설치, 배치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이런 레거시 네트워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SDN(Software Defined Network,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이다.

SDN은 급변하는 비즈니스의 변화 속도에 대응하지 못했던 기존 네트워크의 한계를 탈피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말한다.

이 아키텍처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 네트워크 구축에 몇 주씩 걸리던 시간을 수일 혹은 수 시간 내로 줄여준다는 점이다.

SDN의 기본 개념은 소위 ‘SDN 컨트롤러’라는 SW 관리 계층을 두고 모든 장비의 배치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각각의 장비에 별도의 설정을 행할 필요 없이 일제히 모든 장비에 배치 사항을 뿌려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SDN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 ‘사용자 중심 네트워크’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 SDN 시장, 2018년까지 연평균 89.4% 성장 = 네트워크 업계에서는 SDN이 미래 네트워크의 진화 방향이라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시장 조사에도 드러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 SDN 시장이 2014년부터 향후 5년간 연평균 89.4%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 2014년 약 9억 6000만달러(한화 1조 520억원) 규모에서 2018년 약 80억달러(8조 7664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거라고 내다봤다.

국내의 경우 같은 기간 연평균 69.2% 성장세를 기록하며 2018년 1527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철 한국IDC 선임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서버와 스토리지는 혁신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효율적인 인프라와 운영을 도모하고자 가상화 기술 등을 활용한 유연한 관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네트워크의 경우 다른 부문에 비해 변화에 둔감했으며 보수적이었다”고 언급, 기존 네트워크가 다른 IT 분야와 변화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또 그는 “향후 기가인터넷, 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등으로 네트워크 트래픽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네트워크 디자인으로는 증가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어렵고, (기존 방식을 유지할 경우 발생하는) 네트워크 증설은 설비투자비용(CAPEX), 운영비용(OPEX)면에서 많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기존 네트워크 아키텍처의 한계점을 언급했다.

로히트 메라 IDC 부사장은 “가상화 및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제3의 플랫폼 부상으로 인해 네트워킹 부문에서도 많은 도전과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SDN은 이를 해결할 여러 혁신적인 기술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SDN, 아직은 탐색기…‘대세 기술’ 논의 중 = 이처럼 장밋빛 전망이 가득한데도 SDN은 아직까지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IDC는 국내에서 2016년 전까지 SDN의 ‘탐색기’가 끝나고 ‘확산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빠르면 2015년 후반, 늦으면 2017년에는 국내 시장에서도 SDN 도입이 촉진될 것”이라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용자들은 SDN이 뭔지 아직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SDN은 어렵다는 점과 덧붙여 그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확산기'의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SDN의 개념은 단순하다. HW 중심으로 관리하던 네트워크를 SW 중심으로 관리하겠다는 것. 하지만 개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에 실체를 이해하고 있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만약 IT를 구축·관리하는 담당자라면 ‘SDN이 무엇이다’라는 명제에 염증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

기본 개념은 이해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SDN의 형태는 어떤 전문가나 공급업체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모양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SDN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를 들여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오픈소스 생태계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인프라 전반에 걸친 가상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기존 네트워크를 ‘파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현 시점에서 SDN 기술의 성숙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SDN이 하나의 단일 기술을 의미하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산 SDN 전문업체 나임네트웍스의 류기훈 대표는 “SDN은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아니라 터미놀로지(terminology)”라며 “SDN을 실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SDN은 통으로 뭔가를 해주는 게 아니라 같이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피 조쉬푸라 델(Dell) 부사장은 “시장에서 제시되고 있는 SDN 구현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기존 네트워크의 인터페이스를 여는 것 ▲SDN을 오버레이 네트워크(overlay network, 가상 네트워크) 상에서 실현하는 것 ▲개방형 API인 오픈플로우 컨트롤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년새 상용 SDN 포트폴리오 출시 '활발' = SDN이 처음 개발된 지 8년이 넘었다. 하지만 공급업체 중심으로 보면 SDN은 여전히 신시장이다.

SDN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방법이 비전이 아닌 상용 솔루션으로 제시된 것이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시스코의 'ACI', VM웨어의 'NSX', 브로케이드의 '비아타 컨트롤러'는 SDN을 실현하는 세 가지 접근방법 별로 비교적 가장 잘 알려진 SDN 솔루션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실제 공급이 개시된지는 막 1년이 됐거나 겨우 1년차다.

물론 완전히 오픈 생태계의 기술만을 활용해 네트워크를 혁신하는 것은 그 전에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대규모 인터넷 업체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SDN을 구현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SDN 붐’을 이끌었다.

하지만 오픈소스는 활용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이는 장애 대응의 약점이 될 수 있다. “구글 정도 수준의 기술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아니고서는 SDN이 어렵다”는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문제는 최근 1년 사이에 사라졌다. SDN을 필연적인 미래의 흐름으로 주시하는 공급업체들은 이제까지 영위해왔던 사업과 확보하고 있는 기술에 적합한 ‘SDN 솔루션’을 마련했고 이를 필두로 시장의 본격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귀도 아펜젤러 VM웨어 CTSO는 “네트워크를 혁신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2014년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SDN은 이제 주류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다수 고객들은 SDN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닌,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그 능력을 (공급업체에게) 질문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SDN ‘춘추전국시대’…3개 진영 나뉘어 = 주요 업체들이 SDN을 대하는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존 네트워크의 인터페이스를 개방하는 방법 ▲오버레이 방식 ▲오픈플로우 기반 컨트롤러 방식 등이다.

이들 중 무엇이 'SDN을 실현하는 대표 기술‘로 자리매김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먼저 ‘기존 네트워크의 인터페이스를 개방하는 방법’이란 기존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큰 변화 없이 유지하지만, 장비에 유연성을 더해 폐쇄성 및 HW 중심 관리라는 문제점을 상쇄하는 형태다.

이제까지 네트워크 장비를 많이 팔았던 업체들이 이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스코가 이 진영에 속한다.

‘오버레이 방식’은 네트워크 가상화를 의미한다. 네트워크 장비 단에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기존 장비든 최신 장비든 어떤 장비를 사용하든 가상화해 가상 머신으로 배치한다.

이 분야에서는 탄탄한 가상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VM웨어 및 사내 벤처 기업을 보유한 알카텔-루슨트가 참여하고 있다.

‘오픈플로우 기반 컨트롤러 방식’ 진영에는 SDN에 대해 가장 많은 메시지를 내고 있는 업체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SDN 프로토콜‘이라는 수식어로 묘사되는 오픈 네트워크 프로토콜, 오픈플로우를 지원하는 스위치들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오픈플로우 기반 SDN 컨트롤러로 제어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제시하고 있다.

이 영역에서는 HP, 브로케이드 등이 활약하고 있으며 국내 SDN 업체 쿨클라우드 역시 이에 속한다. 또 다산네트웍스 등 국내 스위치 제조업체들은 오픈플로우를 지원하는 스위치를 출시하며 이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 가지 진영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SDN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일례로 델(Dell)의 경우 위의 세 가지 방식 모두에 파트너 생태계로 참여하며 미래 네트워크 내에서 자사의 장비 도입률을 높이고자 움직이고 있다.

F5네트웍스 등 ADC 업체들의 경우 L2, L3 단의 SDN 아키텍처와 자사 제품들의 호환성을 보장하고자 시스코, VM웨어 등 기존 네트워크 분야 및 오버레이 분야 1인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또 국내 SDN 업체 나임네트웍스는 오픈플로우 코리아와 '한 몸'으로 지난해 SDN 테스트베드 솔루션 '레인보우'를 HP와 협력해 출시, 오픈플로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VM웨어와도 협업, SDN 시장에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kny7732@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