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역을 치른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가 ‘내부’를 들여다보는 컨설팅을 추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는 입찰공고를 통해 ‘KB금융그룹 IT역량진단 및 개선을 위한 컨설팅 제안요청서’를 발송하고, 오는 30일까지 제안서를 마감한다고 밝혔다.

제안요청서에 KB금융지주는 그룹 비즈니스 지원 극대화를 위한 IT부문의 역량제고와 효율화, 계열사별 또는 지주와 계열사간의 거버넌스 체계, 은행 카드사의 포스트 차세대 도래, 재해복구시스템 재정비 등이 필요해 컨설팅에 나서게 됐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김기헌 KB지주 CIO는 전화통화에서 “작년 IBM과 갈등을 놓고 보면, 오는 2020년으로 돼 있는 OIO 계약 만료가 그다지 많은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 최대 4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포스트차세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컨설팅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김 CIO는 “이번 컨설팅은 각종 그룹 이슈에 대해 방향성을 선정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헌 CIO는 또 “재해복구시스템의 경우, 현 염창동 위치가 적절한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기준에 따르면 적어도 40~50Km 거리를 둬야 하는데, 이를 고민하기 위해 컨설팅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범위는 IT역량진단 및 평가, 개선영역 도출 및 개선방안 마련(이하 공통영역), IT거버넌스 체계 분석, IT콘트롤 타워 정비방안, 포스트 차세대 필요성 검토를 위한 점검, 재해복구시스템 점검 등을 대상으로 한다.

IT역량진단 및 평가는 IT및 정보보호 조직의 미션 재정립을 위한 현황, 혁신 강화를 위한 Path 및 문화, 주요 IT관리 및 업무프로세스 등 점검이 주 내용이다.

KB지주는 IT거버넌스 관련, 체계 분석, 현황점검, 개선방안 마련, IT-정보보호 사이 관계 정립 등을 컨설팅 범주로 선정했다.

포스트 차세대 관련 KB금융지주는 필요성 검토부터 대응방안 수립에 나서고, 재해복구 체계는 현황 분석과 재해복구 서비스 개선방안 도출 등에 나설 예정이다. <그림 ‘KB지주 포스트 차세대 및 재해복구시스템 현황 점검 컨설팅 범위’ 참조>

▲ 그림 ‘KB지주 포스트 차세대 및 재해복구시스템 현황 점검 컨설팅 범위’

이번 사업은 4월 경 시작해 약 10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컨설팅 시의성 놓고 찬반양론 엇갈려 = 이번 컨설팅을 놓고 은행 안팎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IT부문 갈등을 조기 봉합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다는 데 있어 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거버넌스 체계 관련 IT-정보보호 센터 사이 잡음이 적지 않았다고 볼 때 이번 컨설팅을 통해 두 조직간 컨센서스 통일 작업은 적절하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시의성을 놓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번 사업 영역에 LIG 손해보험 관련 이슈는 빠져 있다.

현재 LIG 손보는 LIG시스템을 통해 일정부분 IT아웃소싱을 운영중에 있고, 인수 후 KB데이터시스템 통합 관련 보다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제외돼 있는 것이다.

또 KB금융그룹의 미래 전략을 보면 추가 증권사 인수 이슈도 남아 있다. 빠르면 연내 가시권에 들어올 이 부문도 고려 대상이 돼야 하는데 좀 성급하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이어 포스트차세대를 현재시점에서 고민한다는데 많은 논란이 있는 상태다.

지난 2014년 불거진 갈등은 개방형 표준 계열과 메인프레임 진영의 플랫폼 우수성 및 비용에 대한 양 진영의 논리 경쟁이 사안을 확대시킨 사건이다.

즉, 은행 IT본부 상당수 직원들이 여전히 메인프레임에 대한 선호가 높은 상태에서 지주사가 섣불리 간여한 게 갈등의 불씨가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또 한번 플랫폼 논쟁을 불러올 컨설팅 산출물이 아니라, 오히려 지칠대로 지친 직원들을 어루만져주는 ‘감성경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또 정작 포스트 차세대를 추진 시점에서는 또 한번의 컨설팅 및 ISP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칫 ‘중보투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기업은행이 2004년 차세대를 마친 이후 2010년 4대 전략 17대 추진과제 마련, 2011년 추진계획 수립 등 컨설팅만 수차례 수행한 바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기술이나 은행 경영니즈에 비춰볼 때, 포스트차세대 컨설팅은 다소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염창동 재해복구센터 재배치 문제도 이미 여러 차례 고심을 통해 내린 결론으로, 재해석 한다는 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여의도 전산센터 신축 이전 금융감독당국의 유권을 받았고, 염창센터 재해복구 활용에 법적인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컨설팅은 김기헌 CIO의 성향과 맞물려 있다고 보인다. CIO가 컨설팅 산출물을 IT본부 경영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 일선을 떠난 지 10년이 훌쩍 넘은 김 CIO가 필요한 일종의 교과서 또는 지침서가 컨설팅 산출물이라는 지적이다.

수억원을 투입하는 컨설팅 산출물이 ‘CIO 교과서’로 전락하지 않을 까 우려가 깊어진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