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논란을 몰고 오며 해소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농협그룹의 어도비 제품 라이센스 갈등이 사실로 확인됐다. 

엄밀히 말하면, 전체 3만여명 직원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라이센스 보유 사실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불법 SW 사용 가능성이 간접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22일 BI코리아가 입수한 ‘농협의 어도비 라이센스 현황 및 관리 형태’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그룹 약 3~3만 5000명 직원수(글로벌 A기업 기업단위계약 기준 인원) 대비 어도비 라이센스는 약 140여개 카피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 ‘농협그룹 어도비 제품별 라이센스 구매현황’ 참조>

▲ 그림 ‘농협그룹 계열사별 어도비 제품 라이센스 구매현황’ 참조

이번 보고서는 BI코리아가 시중 모 은행에서 입수한 것으로, 이 은행은 자사 개인용 소프트웨어 보유 현황 비교를 위해 분석된 자료다.

보고서에는 농협그룹 전체 중 NH금융지주, 농협중앙회 등 13개 계열사만이 총 140여 카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국내 최대 A은행 2500여 카피, B은행 500여카피, C은행 500여카피보다 현격하고 적은 숫자로, 농협그룹 전 직원수에 비교해도, 여타 경쟁은행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숫자다.

세부적으로 보고서에는 농협중앙회가 플래시빌더 프리미엄 4.0을 기준으로 4카피, 농협금융지주가 4카피, 농협은행이 아크로뱃 10.0을 비롯 5카피, NH농협증권이 48카피의 라이센스를 보유중인 것으로 적시됐다.

NH농협증권의 라이센스가 여타 농협 관계사보다 많은 수치를 보인 이유는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기 보유 라이센스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NH정보시스템이 22카피, NH농협손해보험이 7카피, NH개발이 12카피 등 공식 라이센스를 보유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도비 제품은 전문가용 제품으로, 모든 부서 및 직원이 라이센스를 보유할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마케팅 활동이 많은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라이센스 보유 수는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적은 수”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2500여카피를 사용중인 A은행은 각 팀 단위로, 부서 단위로 라이센스를 보유중이고, 어도비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부서는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마케팅 활동이 아니라고 해도,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어도비의 각종 디자인 제품의 사용처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일정부분 불법 사용 개연성도 높다는 게 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문제는 한층 더 들어간다.

농협그룹 전체가 사용중인 140여 카피중 최신 버전은 약 19%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보안 및 윈도7 이상 버전에 대한 호환성 문제도 지속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어도비 미국 발표를 인용, 포토샵 제품의 경우 최신버전이 옛 버전에 비해 업무효율이 30% 이상 증대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현재 농협그룹 보유 어도비 제품 과거 버전이 향후 점진적으로 윈도 7 운영체제와 호환성 그리고 보안에 현격한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도비는 현재 윈도 7 버전을 위해 아크로뱃 10.0 버전 이상, CS5 버전을 최적화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어도비 코리아 관계자는 “이미 수년전부터 금융회사와 기업단위 계약 문제를 논의하면서 상당부분 해소된 상황”이라며 “그러나, 농협만 유독 라이센스 문제 해소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 어도비를 포함한 모든 소프트웨어를 적법하게 구매하고 있다"며 입장을 보내왔다. 

◆어도비, 라이센스 체계 전면 개편…농협그룹 기업단위 계약 시급 = 한편 어도비는 기존 TLP(Transactional Licensing Program, 중소기업), CLP(Cumulative Licensing Program, 중간규모 및 대규모 교육기관), ACSP(Adobe Clean Site Program) 라이센스 체계를 ‘CCT’, ‘ETLA’ 두 가지 방식으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CCT(Creative Cloud for Teams)는, 기존 중소기업용 영구 라이센스 방식을 개편한 것으로 중소기업 및 팀 단위 계약이 가능하고, 계약기간은 1년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컴플라이언스 대응, 멀티 언어 지원이 강점이지만, 매년 인상되는 가격이슈, 최초 설치 시 및 30일마다 인터넷으로 인증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초대형 기업 및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ETLA(Enterprise Term License Agreement)’는 3년 주기로 계약하고 계약기간 가격인상이 없다.

언리미티드(Unlimited) ETLA 계약을 통해 컴플라이언스 대응이 가능하며, 지사가 많은 기업의 경우 해외 사용 제품까지 대응이 가능하다.

한국어도비 측은 현재 농협이 구 버전 제품을 고집하면서 기업단위 계약을 거부할 경우 현재 사용중인 제품조차 향후 1~2년안에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대형 금융그룹의 소프트웨어 사용현황이 어째 한국 IT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