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제기된 부산은행(은행장 성세환)과 SK C&C(대표 박정호)의 ‘차세대 IT프로젝트 잔금지급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은 법원의 중재로 2월초 합의 조정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부산은행 및 업계에 따르면, 2월초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소송의 결심공판에서 법원은 두 회사의 ‘조정’을 요청했고 두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락 됐다.

조정된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법정에서 ‘합의 금액’에 대한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 않는 조건까지 정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소송은 SK C&C가 2012년 1월 완료된 부산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 관련, 잔금(126억) 및 추가 투입인력에 대한 비용(65억) 등 총 191억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은행은 이미 126억에 대한 지급 의무가 있었다. 문제는 SK가 주장하는 65억에 대한 부분 조정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들리는 얘기로는 법원이 50% 정도를 인정하는 쪽으로 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즉 65억의 50% 가량, 약 30억 가량을 추가 지급해 총 150억 안팎의 대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정리됐다.

부산은행은 합의 조정 후 곧 바로 이 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박일용 부산은행 IT기획부장은 “두 회사 모두 이번 사안을 오래 끌고 싶지는 않았다”며 “법원의 조정 의견을 받아들여 사안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다만, 부산은행은 SK C&C와 체결한 ‘지급 대금에 대한 기밀 유지 의무’에 따라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부산은행과 SK C&C 소송이 일단락 됨에 따라 두 회사 모두 명분과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했다.

2012년 1월 차세대시스템 가동 후 부산은행은 여신 등 일부 업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난제로 수개월간 적지 않은 고생을 겪었다.

현업에서 일부 업무에 대해 검수를 반대하고 나서자 SK C&C가 같은해 ‘소송’을 냈고, 부산은행이 이에 맞대응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합의조정’으로 부산은행은 차세대 개발 완료 후 약 36개월 동안 대금을 묶어두는 효과를 거뒀고, SK C&C는 분쟁 초기 예상했던 약 20억원보다 더 받아내는 실속을 챙긴 것이다.

부산은행과 SK C&C의 명분과 실리 앞에 총 191억 소송가액의 변호사 비용, 법원 인지대가 아깝게 느껴진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