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금융의 심장을 내놓고, 또 다른 심장을 준비하라니…”. 최근 시중은행 IT부문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다.

여기서 말하는 ‘심장’은 시중은행들이 서비스 중인 ‘지급결제’를 말한다.

연초부터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관련 은행권 움직임이 복잡하다. 또 분주하다. 그럼에도 ‘명쾌한 해법’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수년전, 스마트폰이 본격화 되자 은행들 전략기획, 마케팅, IT부서 등은 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수단’을 두고 업무(목적)를 개발하라니 당시 죽을 맛이었다.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모두 당시 상황과 닮은 꼴”이라고 푸념중이다.

통상 은행 업무에 필요한 IT시스템이나 상품, 이와 관련된 마케팅 등을 기본 업무처리(목적)로 하는 은행이 ‘수단’을 위해 업무를 개발하는 거꾸로 정책으로, 현장의 혼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핀테크’는 그 방향에 있어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적지 않은 현장의 혼란을 야기중이다.

◆은행권 움직임은 =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핀테크(Financial+Technology) 관련, 시중은행은 전담부서를 배치하는 등 분주하다.

국민은행은 IT기획부 이름을 ‘디지털금융부’로 바꿔 대응중이고, 우리은행은 스마트금융사업단 내에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염두에 두고 ‘인터넷뱅킹’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플랫폼 'IBK ONE뱅크'를 만들고 있고 농협은행도 스마트워치에서 자신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는 ‘워치뱅킹’을 출시했고 올 4월에는 사이버지점 형태의 비대면 전문상담체계인 ‘스마트 금융센터’의 문도 연다.

◆광범위한 금융서비스 “쉽지 않을 듯” = 사실, 핀테크는 스마트금융 내 하나의 카테고리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은행권 판단이다.

핀테크의 출발점 ‘간편결제’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미국은 일반 여수신 외에 외국환, 대출 등 광범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에서 대체적인 ‘투자금융’ 업무를 메인으로 한다.

‘소액’ 고객의 비중은 크게 낮은 상태로, 이들 고객이 이체나 결제에 필요한 인프라 제공에 인색하다.

중국은 여전히 현금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통신 융합 모델의 ‘핀테크’가 새로운 부가사업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스마트금융의 하나 채널로 해석하는 다른 이유는 ‘신용카드’ 비중이다. IMF 이후 한국은, 세수확대를 목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고, 현재는 배달음식까지 신용카드 결제가 일반화돼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선진 국가의 경우도, 한국처럼 광범위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핀테크가 유통 중심의 결제문화를 보다 확대하고자 하면서, 은행들이 소액결제에 대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데서 발현됐다고 볼 때 한국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현금지급기’ 앞 긴 줄이 사라진 만큼 IT인프라를 활용한 간편결제 또는 소액결제 그리고 신용카드의 거대한 벽 때문에 ‘초기 핀테크’를 금융의 주류질서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게 은행권 안팎의 판단이다.

특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페이먼트게이트웨이(PG) 회사들의 시행착오가 핀테크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약보다 독이 될 수도’ = 그럼에도, 핀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금융 메가트렌드 속의 핀테크가 장기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촉매제 역할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 지점을 통한 대면거래를 하지 않고 인터넷을 주요한 영업채널로 활용하는 은행이다.

개별 독립회사 형태로 지점없이 인터넷 및 모바일 만을 이용하는 특징을 갖는다.

해외 현황을 보면, 1995년 첫 인터넷 전문은행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를 시작으로 30여개 은행이 설립됐다가 최근에는 십여개 만 남은 미국, 작년 기준 6개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업중인 일본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2년, 2008년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각종 이슈로 본격화되지 못했다. <그림1 ‘2008년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주요쟁점’ 참조>

▲ 그림1 ‘2008년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주요쟁점’<출처 : 금융위원회>

최근 국내 은행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작년과 올해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규제 철폐’를 통한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발언이 주효하고 있다.

대통령과 금융위원장의 발언대로 현재 국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규제’다.

이 제도 시행 규제완화의 대상은 은행법 개정, 금산분리 완화, 금융실명제 등 광범위하다. <그림2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관련 주요 이슈정리’ 참조>

▲ 그림2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관련 주요 이슈정리’

업계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각종 규제를 풀고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된다고 해도, 글로벌 사례에서 보듯 기존 금융시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의 경우, 초기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고정비용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임계수준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비용 투입으로 영업 초기 재무상태가 좋지 못해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 결과 초기 30개까지 늘어나던 미국내 인터넷은행 숫자는 최근 12개를 줄어든 상황이다.

각종 규제를 풀어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돼도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내 남아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시중은행과 같은 광범위한 금융서비스 제공이 아닌 ‘소비자금융’ 특화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 앨리뱅크(Ally Bank)는 GM과의 시너지를 통해 오토론, 리스, 카드 등에 특화돼 있고, 학자금대출 정부지원기업(GSE) 모태인 ‘샐리 매 뱅크(Sallie Mae Bank)는 학자금대출 등 교육관련 금융에 특화해 고객을 유치하며 성장 중이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초기 리스크를 줄이는 ‘합작법인’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중이다.

KB 경영연구소도 일본의 소니, 야후, 이토카도 등 비금융기업이 은행과 공동 출자하는 모델이 적절하다고 지적중이다.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이슈의 공통점은 ‘은행의 안방’을 내줘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즉, 시중은행이 ‘안방을 내주지 않으면서, 적극적 의미의 소비자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 금융지주 체계 내에서 자회사 모델로 나서는 게 적절해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