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 외환은행 IT본부 직원 총 1600여명이 근무하는 서울스퀘어 빌딩에 난데없는 분진마스크가 등장했다. 당초 IT 통합을 위한 직원 이전은 12월 5일과 19일 등 3단계로 나누어 진행키로 했다가 갑자기 2일 이전을 강행하면서 내부 인테리어 마감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졸속, 강행 등 수식어를 달고 있는 하나-외환은행 IT통합이 시작부터 불안해 보인다.

하나, 외환은행 IT통합이 시작부터 불안하다. 뭔지 모르게 밀어붙이는 성격이 강해보이고, 결국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외환은행 노조는 서울스퀘어로 이전한 하나, 외환은행 IT본부 직원들 근무환경이 이전 2주가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는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외환은행 노조측이 공개한 사진에는 사무실 한 켠에 공사용 포대가 널브러져 있고 한 켠에 책상이 놓여 그 속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노조는 “심한 먼지와 분진, 냄새로 많은 직원들이 지금도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있음. 출근시간대는 그야말로 전쟁상황. 점심시간도 마찬가지임”이라고 자료를 통해 밝혔다.

아울러 갱의실을 겸한 여직원 휴게실은 외부로 뚫린 창문이 있는 비좁은 공간에 겨우 마련했고, 13층과 15층에 50여명의 여직원이 있는데 여직원 휴게실은 15층 한곳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빅4 금융회사에서 볼 수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애초 3주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전하고자 했던 계획이 급작스럽게 변경됐다”며 “일정 변경으로 인해 내부 마감공사가 마무리 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와 통화한 일부 직원들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일자리를 내세워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같은 불만에 대해 IT본부 직원들이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데 있다.

인사철을 앞두고 하나금융지주는 하나, 외환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통합 찬성 동의서’를 징구했고, 이 과정에서 두 은행 직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IT 업계 한 전문가는 “두 은행 직원들이 지금은 사무실 이전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충 넘어가는 듯 하지만, 자칫 IT통합 프로젝트 막바지에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04년 9월,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가동 과정에서 옛 상업, 한일은행 출신간 갈등은 결국 차세대 가동 당일 시스템 전체가 다운됐고 복구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같은 과거 사례를 볼 때 내년 10월로 예정된 하나, 외환은행 IT통합은 시작부터 불안한 모양새다.

◆하나은행, 하나아이엔에스 LG CNS 선호도 높아 = 한편 지난 16일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외환 IT통합 상품처리/정보 프로젝트’제안서를 마감한 결과, LG CNS 1개사가 단독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는 준법감시부서 등 유권해석을 거쳐, 통합 IT시스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제안 과정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업 내용은 하나-외환은행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인프라를 통합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노후화 정도가 비교적 짧은 하나은행 시스템이 기준이 될 예정이다.

2004년, 2007년 외환, 하나은행 차세대를 모두 수행한 LG CNS 우세가 점쳐지는 사업이다.

제안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는 유효 경쟁입찰을 성립시키기 위해 SK C&C에게 제안요청서를 배포하는 날 “정보계를 분리 계약할 수 있다” 식의 소위 구두 회유책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로 보장된 사업이 아닌 상황에서 SK C&C는 제안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특히 하나은행과 하나아이엔에스측이 노골적으로 LG CNS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은 SK 제안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덧붙여 최근 LG CNS 공공-금융 통합 사업부 내 금융부문 임원으로 전 하나은행, 액센추어 출신 김홍근 상무가 내정되면서, 무늬만 경쟁입찰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반면 LG CNS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나아이엔에스가 자사를 거쳐 인력을 공급하고자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LG CNS 관계자는 “주요 SW, 장비 등을 입찰에 붙이겠다는 게 하나금융의 생각”이라며 “우리(LG CNS)는 고작 인력 몇 명 투입하는 수준인데, 그나마도 하나아이엔에스가 계정계를 제외한 주변 업무 인력을 모두 달라는 식이니 난처한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하나아이엔에스가 이같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배경에 대해 통합 IT프로젝트로 만성적자(장부상 흑자이지만, 영업이익 등 논란) 구조를 탈피하고자 하는 궁여지책으로 보고 있다.

때 아닌 분진 마스크 등장에 LG CNS 단독입찰 그리고 재제안, 하나아이엔에스 몽니까지 합쳐져 하나-외환은행 IT통합 졸속추진의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