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후의 통계 칼럼' 연재목록

 - 제 57차 'ISI 국제통계대회' 참관기
 - 인구동태 통계의 문제, 그리고 노후소득보장 체계
 - 춤추는 여론조사
 - 현실과 동떨어진 소비자 물가지수
 - OECD 세계포럼의 그늘
 - 인구 주택 총조사에 숨어있는 문제
 - 국가통계 체제를 쇄신하자

최종후 / 한국통계학회 부회장 겸 국가통계연구회장 / 고려대 교수

“그 간 우리는 경제적 발전만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의한 각종 사회문제 발생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파괴 등으로 인하여 경제위주의 발전이 과연 진정한 사회발전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GDP와 같은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사회 및 환경 요소를 포함하는 새로운 사회발전 지표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각 국의 정책입안자 및 국제기구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GDP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발전 측정방법을 모색하고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제 3차 OECD 세계포럼이 2009년 10월 부산에서 개최됩니다. (하략)”

OECD 세계포럼은 1차 회의가 2004년 11월 이태리에서, 2차 회의가 2007년 6월 터키에서 개최되었으니 이번이 3차 회의인 셈이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발전 측정, 비전 수립, 삶의 질 향상’ (Charting Progress, Building Visions, Improving Life) 으로 되어 있으며, 이번 행사의 주최 및 주관 기관은 OECD와 통계청으로 되어 있다.

주지하는 바 우리나라도 글로벌 세상의 일원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OECD 세계포럼과 같은 회의도 유치하고 세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국가를 진화시켜 나가야 될 줄로 생각한다.

OECD 세계포럼 예산 마련의 불합리
우리보다 선진화된 국가들이 변모하는 모습을 배우고 익혀야 함은 틀림없다. 그러하나 필자는 3차 세계포럼의 준비과정을 방외자(方外者)로 지켜보면서 유감스러운 생각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당초 수립된 이번 대회의 예산 규모는 25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통계청은 이와 별도로 17억원 정도의 추가 예산을 마련하여 금번 세계포럼에 경비지원을 하고 있다.

결국 금번 세계포럼은 42억원 규모의 행사로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통계청에서 마련한 17억원 규모의 추가예산 확보과정이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이 추가 예산은 필요불가결한 통계청의 일부 사업이 축소됨으로써 마련된 것이다. 일종의 사업예산 공출(供出)이 행해진 셈이다. 예컨대 이러한 것이다.

연 전에 필자는 통계청이 주관한 ‘지역통계 개발 지원’ 회의에 참석했다가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회의에서 다루어진 아젠다는 지역통계 작성 현황, 지역통계 중기발전 계획 추진 현황, 지역통계 개발에 대한 환경변화와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등 이었다.

그 요지는 지역통계 작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아직 사회적 수요에 비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것, 지역통계 중기 발전을 위하여 통계청,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분담 및 공조체제를 강화해야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지역통계 개발 지원을 위한 관련부서의 예산이 6억 8천만원에서 3억 4천만원으로 크게 삭감되었으니 지역통계 작성 개발 예산은 원칙적으로 지자체가 부담해야 된다는 결론을 맺고 있었다.

국가통계를 주무하는 통계청의 지역통계 개발 지원을 위한 절대 예산이 빈약한데 놀랐기도 했거니와 지자체의 지역통계 인적, 물적 기반이 매우 취약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국가의 중앙통계기관인 통계청이 ‘니들이 알아서 해라’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대하여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마땅히 통계청은 국가의 중앙통계기관으로서 지역통계 내실화를 계도해 나갈 책무가 있다. 지역통계 개발지원을 위한 관련부서의 예산에서 감축된 예산은 어디로 갔는가?

통계청에서는 '생활시간조사(Time Use Survey)'를 실시해 오고 있다. 이 조사는 국민들이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떤 형태로 보내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국민의 생활방식과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기초 자료 제공, 무급 가사노동에 소요된 시간을 파악하여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 노동, 복지, 문화, 교통 관련 정책수립이나 학문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조사이다.

통계조사 방식과 비용집행 개선돼야 
통계청은 1999년에 이어 2004년 ‘생활시간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올해에도 세 번째로 이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조사를 행하던 1999년, 일본은 일곱 번째 조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200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분석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조사에 대한 분석결과를 정리하고 문제점을 논의하는 통계청이 주관한 회의에서 이 조사가 보다 생명력을 가지려면 조사 시점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 실시해야 한다고 2004년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즉 2004년 조사의 경우 9월 특정 시점에 모든 조사가 수행되어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생활시간의 활용에 대하여 조사가 불완전하게 수행되었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실제로 2004년 생활시간조사의 분석결과 ‘학습활동’을 살펴보면 대학생(20대초)의 학습시간이 지나치게 작게(108.7분) 분석되었는데 이는 2004년 조사의 시기가 9월 초, 즉 대학교 학기가 시작할 때이므로 수강신청정정, 개강총회 등 학내 행사에 바쁜 시기에 조사가 실시된 데에 기인한 것이라고 필자는 짐작하였고 향후 조사에서는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향후 조사에서는 생활시간조사 선진국 사례와 같이 조사시점을 계절성을 고려하여 여러번으로 나누어 조사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물론 업무량과 조사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지만 이로써 조사의 품질이 보다 개선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지적 이후 통계청 관련 회의에서 생활시간조사 실무담당자는 2009년 조사는 4번에 걸쳐 나누어 실시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2009년 조사는 다시 두 번의 조사로 재조정되어 실시되고 있다. 관련회의에서 필자가 실무담당자에서 질의하였더니 예산이 감축되어 이와 같이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답하였다. 감축된 예산은 어디로 갔는가? 

하나만 더 예시하자. 지난 6월 통계청 자체평가위원회 회의에서 자체평가위원의 일원으로 참석한 필자는 행정정보팀의 관련 예산이 감축된 것을 발견하고 행정자료 수집,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관리, 행정정보 공유와 관련된 업무가 증대되는 현 상황에서 이는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고 질의한 바 있다. 감축된 예산은 어디로 갔는가?

통계청,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해야
이러한 것이리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준비위원장인 제3차 OECD 세계포럼이니 기획재정부 하부 청인 통계청의 수장인 통계청장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격 앞으로 한 것이다.

물론 이를 진두지휘한 직전 통계청장 역시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그는 지금 좋은 부서 차관으로 진출하였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전시행정에 상처받은 국가통계의 현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국가통계의 현장은 멍들고 있는 것이다. OECD 세계포럼이야 4일간의 행사로 끝난다지만 그 여파로 국가통계에 드리워진 그늘은 오래 갈 것이다.

다시는 이처럼 비합리적인 일이 재연되면 안 된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계청장은 OECD 세계포럼을 생각하는 동시에 국가통계의 현장이 어떻게 멍들고 있는지도 더불어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필자가 통계청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를 강조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통계청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계청이 기획재정부 산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소속될 필요성이 있다고 함도 이 때문이다.

국가통계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