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의 발열량을 효율적인 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IDC는 데이터 센터 내 전력 및 냉각 비용이 서버 및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4배 빨리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트너 그룹은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설비의 문제점은 ‘발열량 관리’라면서 이는 앞으로 CIO들의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통적 냉각 방식, 고집적 고발열 장비 도입에 한계 = 이러한 문제제기는 최근 들어 블레이드, 하이엔드 서버 및 스토리지 등 고집적ㆍ고발열 장비의 도입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전력과 냉각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발열 장비에서 발생하는 핫 스팟(Hot Spot)이 주변 장비에 영향을 끼쳐 안정적인 전산실 운영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제기의 근본적인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그동안 전통적인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고집적ㆍ고발열 장비의 발열량을 해결하기 위해 항온항습기 등 냉각 장비를 추가로 도입해 전체 데이터센터 룸의 냉각 용량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냉각 장비의 설치 공간이 갈수록 늘 수 밖에 없는데다, 이렇게 하더라도 고밀도 장비에 대해 충분한 냉기를 공급할 수 없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발열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센터의 가용공간은 줄어든다”면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데이터센터의 공간이 냉각 장비로 가득 차버리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의 냉각 방식의 해결 방안으로 고발열 서버 주변에 보조냉각 장치를 붙이는 이른바 ‘국부냉각시스템’이 최근 떠오르고 있다. 국부냉각시스템은 크게 특정 서버의 핫 스팟 부분에 장착하는 랙 단위 방식과 데이터센터안에 일렬로 배치된 랙의 Hot Aisle(열 통로)를 차단해 열을 빨아들이는 열(Row) 단위 방식 등이 있다.

◆고발열 서버에 ‘보조냉각’ 장비 붙여…최대 35% 비용절감 = 이러한 국부냉각시스템의 도입 효과로는 ▲데이터센터의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 ▲항온항습기의 추가 증설에 따른 비용을 줄이며, ▲전체 냉각시스템에 드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24시간 365일 운영하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운영에 전혀 문제를 끼치지 않고 빠르게 설치해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온항습기를 아무리 늘려도 블레이드 처럼 고발열 장비의 냉각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고발열 장비는 주변 장비에 영향을 미쳐 따로 떨어져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면서 “공간의 효율성 개선이 국부냉각시스템의 가장 큰 도입 효과”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서버가 차지하는 공간의 규모에 따라 임대비용을 받는 IDC에게 이처럼 공간 효율성을 개선해주는 국부냉각시스템은 더할나위없이 좋은 솔루션이라는 것.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국내의 어느 기업은 국부냉각시스템을 도입해 그동안 운영해온 항온항습기의 댓수를 줄여 전기비용 등을 절감했으며, 어느 해외 업체는 항온항습기 없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국부냉각시스템은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비용의 40%를 차지하는 전통적인 냉각 방식에 비해 최대 35%의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 공간 효율 개선, 수명 연장 등 효과 = 여기에다 시스템의 성능 저하로 직결되는 발열량의 효과적인 관리로 데이터센터의 수명을 기존보다 더욱 연장시킬 수 있는 점도 국부냉각시스템의 구축 효과로 빼놓을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수명은 케이블과 발열량이 좌우한다. 보통 7~10년 정도이지만 국부냉각시스템을 쓰면 10~20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국부냉각시스템을 공급하는 업체는 APC코리아, 한국에머슨, 리탈코리아, 한국HP, 한국IBM 등이 대표적이다.

APC는 고밀도 IT 장비의 냉각솔루션으로 InRow 냉각시스템을 개발해 내놓았다. APC의 InRow 냉각시스템은 랙의 열(Raw)안에 설치하는 모듈식 냉각시스템으로 그 제품군은 InRow SC, InRow RC, InRow RP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InRow SC는 소규모 전산실에 적합한 독립 냉각 솔루션이며, InRow RC는 Hot Aisle(열 통로)에서 직접 열을 포착해 차가운 공기로 변환, IT 장비에 공급하는 냉각 장치로 중대형 데이터센터에 맞게 설계돼 있다.

한국에머슨은 리버트 XD 시리즈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리버트 XD 시리즈는 XDC, XDP, XDO, XDV, XDA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리버트 XDO는 Cold Aisle(냉각 통로) 랙 상부 천정에 설치되어 Hot Aisle(열 통로)로부터 뜨거운 공기를 흡입해 Cold Aisle에 찬 공기를 공급하는 천정형 냉방 모듈이며, 리버트 XDV는 랙 상부에 수직으로 설치되어 랙 내부 또는 Hot Aisle에서 데워진 공기를 흡입해 냉각시켜 Cold Aisle로 배출하는 랙 상부 설치형 냉각기이다. 그리고 리버트 XDA는 랙 내부의 핫 스팟을 제거해주는 솔루션이다.

◆APC, 에머슨, 리탈, HP, IBM 등 시장공략 본격화 = 리탈코리아는 LCP(Liquid Cooling Package)라는 국부냉각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LCP는 랙의 측면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랙의 증설에 따라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리탈의 LCP는 5KW에서 40KW의 냉방 능력을 갖춘 제품군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HP는 데이터센터의 설계, 구축, 운영 솔루션인 모듈러 데이터센터(MDC)의 하나로 HMDC(High Density Modular Datacenter)를 공급하고 있다. HMDC는 리탈의 국부냉각시스템인 LCP에 기반한 것으로 고집적, 고발열의 블레이드 시스템 등의 냉각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한국IBM은 HDZ(High Density Zone)라는 이름으로 데이터센터의 국부냉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BM의 HDZ 서비스는 APC의 InRow 등 국부냉각솔루션을 기반으로 기존 환경 평가 및 개선 방향 도출, 상세 구역 계획/설계, 구현, 실현의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국내 도입처 10여곳 불과, 이제 시작 단계 = 국내 국부냉각시스템은 시장은 극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06년부터 국내에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국부냉각시스템을 2009년 8월 현재까지 도입한 곳은 1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머슨이 리버트 XD 시리즈를 롯데정보통신, 삼성전자, 동양시스템즈, 정부 등 6개, APC코리아가 랙 2대~20대 규모의 중소형 데이터센터 5개를 레퍼런스 사이트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HP나 한국IBM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국부냉각시스템 시장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도입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또 블레이드 등 고발열 시스템의 국내 도입이 해외에 비해 아직까지 많지 않은 것도 시장 확산이 더딘 요인으로 거론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부냉각시스템의 가격은 냉각 용량을 기준으로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인 항온항습기에 비해 30~40% 비싼 편이다. 레퍼런스 사이트도 많지 않은 시점에서 고가의 시스템을 굳이 앞장서서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수요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린 IT가 최대 화두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비용을 궁극적으로 절감해주는 이 시스템의 장점이 먹혀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 1~2년 안에 이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