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40%는 앞으로 10년 안에 모두 사라질 겁니다”, “변화하지않는 기업은 없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시스코도 마찬가지고, 한국의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이 지난 16일 시카고에서 열린 ‘사물인터넷(IoT) 월드포럼’에서 한국의 한 기자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같은 이야기를 한 경영자는 시스코 회장 뿐이 아니다.

잭 웰치 GE 전 회장은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고 말한 바 있고, 찰스 홀리데이 전 회장은 “변신을 시도하면 생존 확률이 60~70%이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20년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가족 빼고 다 바꾸라”고 변화를 요구했다.

이처럼 세계 유수 기업의 수장들이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왜 일까? 그리고 수많은 변화경영 전문가들과 기업의 대표들이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 왜 포천 500대 기업의 순위는 매번 변화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최근 매경 주최 포럼에서 있었던 질문과 답변이 이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기업의 임원이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은데 리더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잘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존 칠드러스 N2그로스 회장은 “CEO는 전략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문화만 강조하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전략을 먼저 짜고 이에 맞는 기업문화를 만들자고 해보세요”라고 답했다.

한비자가 말하는 세난(說難)편의 한 구절(“무릇 설득이 어렵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알아서, 거기에 맞추는데 있다”)과 같은 성격의 답변이다.

우선, 한비자의 세난과 변화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를 봐 자세히 살피기로 하겠다.

이번호에서는 ‘일리아스’의 주인공인 아킬레우스의 변화과정과 ‘성경’에서 말하는 ‘회개하라’라는 말의 의미를 살피면서 경영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변화’를 말하고자 한다.

◆변화를 선택해 영웅이 된 아킬레우스 =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다양한 변화를 하게 된다.

자신의 전리품을 아가멤논(미케네의 왕)에게 빼앗기고 분노하는 아킬레우스, 분노가 극에 이르러 자신의 명예마저 버리고 고향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아킬레우스, 자신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전투에서 죽자 무기를 들고 위험에 처한 공동체를 구하는 아킬레우스 그리고 트로이의 왕자이자 최고의 장수 헥토르의 시신을 찾으러 온 늙은 트로이 왕을 위로하는 아킬레우스 등 다양한 모습의 변화가 등장한다.

아킬레우스의 변화 중 노인장을 위로하기 전까지 보여준 아킬레우스의 모습은 영웅의 면모라기 보다는 찌질한 모습 그 자체였다.

철없이 전리품에만 집착해 분노하고, 명예마저 포기하겠다는 아킬레우스가 여러 동료들의 참전 요구도 거부하다가 자신의 친구가 죽자 복수의 칼을 들고 나가 전투에서 승리하고, 죽은 헥토르의 시신을 마차에 달아매고 끌고 다녔던 것이다.

물론 아킬레우스의 시선에서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전리품을 아가멤논이 빼앗아간 것은 불의일 것이다.

거기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며 우리네 일상과도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은 영웅의 풍모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친구의 죽음 때문이긴 하지만 위험에 처한 공동체를 위한 전투는 당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의 긴 전쟁이 주는 피로감은 적장 헥토르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차로 끌고 다니는 악한의 모습까지 보여주었을 것이다.

이 또한 극한 상황에서 필멸의 인간들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모습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모습의 아킬레우스였다면 ‘일리아스’는 서구 고전의 대명사로 자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전은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찾아온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를 만나면서 일어난다.

그를 죽이면 10년을 끌고 있는 이 전쟁을 마감할 수 있었으나,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찾기 위해 찾아온 노인장과 눈물의 대화를 하면서 ‘타자’를 경험하게 된다.

노인장과 대화하면서, 운명 앞에서 자기의 잘남을 굽히고, 자신의 운명에 대한 통찰 과정을 경험하면서 아킬레우스는 성숙한다.

변화를 통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

그 결과 지난 2600년 동안 그리스는 물론 서구의 청소년들에게 아킬레우스는 우상이 된다.

◆‘회개하라의’ 진정한 의미는 ‘변화하라’ = 흔히 ‘자신의 죄를 뉘우쳐라’ 정도로 알고 있는 ‘회개하라’의 진정한 의미는 ‘변화하라’의 다른 말일 것이다.

‘삶의 기준의 될 수 있는 책’을 흔히 경전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를 ‘캐논’(Canon)이라 불렀고, 유대에서는 ‘토라’(Torah)라고 불리웠다.

흔히 토라라고 하면 모세 오경, 즉 구약성서의 첫 다섯편인 창세기, 출애굽기, 레유기, 민수기, 신명기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토라의 동사형은 명중하다(to hit a bull’s eye)라는 뜻을 갖고 있는 ‘하라’라는 의미이다.

하라와 토라가 잘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토라의 반대말을 들으면 조금 연관관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타’(hahta) = ‘내가 가야할 길을 모르고 헤매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즉 토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탁월함을 찾아서 ‘참나’의 길을 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고 방황하지 말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도록 ‘메타노이에테’하라는 것.

메타노이에테는 그리스어로 ‘마음을 바꾸어라’라는 의미이며, 이 단어가 라틴어 ‘agite paenitentium’으로 번역되고, 우리말 ‘회개하라’로 소개된 것이다.

아이팟이 시장을 장악하기 이전인 2000년대 중후반까지 국내 MP3 업계는 세계시장을 두고 선두 경쟁을 하고 있었다.

당시까지 애플은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부터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된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인 코원이나 아이리버의 실적은 수직 강하를 경험하게 된다.

새로 모색한 시장인 PMP 등은 ‘하타’와 같은 길이었고, 10년의 방황 끝에 이제야 고음질 MP3 시장에서 승부수를 꺼냈다.

IT기업의 대명사이자 선도적 기업의 역할을 해왔던 IBM도 잃어버린 수익모델을 되찾고 시장에 복귀하는데 걸린 시간이 대충 20년 쯤 됐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보는 시장은, 한 때 업계 1위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쥐고 한 시절을 풍미하던 수많은 기업들의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진검승부의 싸움터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진검승부에서 승리해 과거의 기억 저편으로 밀려나는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변화경영을 또 화두로 꺼냈을 것이다.

아마도 매년 그는 변화를 이야기할 것이다. 어쩌면 매일, 변화를 모색하고 있을 지도 모fms다. 그렇지 않으면 굼뜬 기업들의 공동묘지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