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1
애플리케이션 성능 모니터링 솔루션 A회사는 얼마 전 폐업 신고를 냈다. 극심한 경기 침체에 덧붙여 불필요한 분사 정책으로 더 이상 회사를 끌고 나가기 어려웠다는 게 폐업의 이유다.

폐업 신고 전 이 회사는 세아에서 요청한 10억원의 대금 결제요청 중 4억원 가량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부도처리하기에 이른다.

농협, 신한은행, KT, 신협 등 다수의 고객들은 당장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이슈에 맞딱드리게 됐고, 결국 회사는 문을 닫았다. 일부 직원들이 자금을 융통하는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다.

이들 금융회사는 여타 솔루션 교체를 적극 검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단상 2
금융IT 분야 인력파견 및 프레임워크 고급기술자를 확보한 B회사는 작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세무조사 결과 추가 징수세액이 자그마치 3억여원이 나왔고, 조정을 통해 최종 1억여원을 납부서를 손에 들었다.

이 회사가 마련한 1억여원은 올해 인력 및 자체 솔루션 확보에 투자될 돈이었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최근에는 경영까지 막막해 졌다.

물론 이 B기업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다는 문제도 안고 있었지만 올해 3분기까지 사업을 통틀어 작년 상반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융IT 절대 사업부족’ 현상은 자신들도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하소연이다.

◆“100억원 이상 빅(Big) 사업 RFP 구경한지 오래됐어요” =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이 됐고 변수도 너무 많았다.

은행 기준, 국민은행이 4월부터 주전산기 전환갈등 이슈로 몇몇 프로젝트를 놓치고 지나갔고, 우리금융그룹 전체는 인력조정, 매각 등 이슈로 유지보수 계약에 집중해 자본예산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폐쇄적 성격의 신한은행은 작년 죽전 IT센터 이전 이후 보안투자에 역량이 결집됐고, 특정벤더 의존도가 높아 IT투자의 사회 순기능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외환은행 통합 이슈 및 청라 IT센터 신축으로 하나은행 역시 투자에 소극적이었고, 그나마 기업은행은 포스트차세대를 통해 ‘돈이 IT로 흐르는’ 제 역할을 다했다.

기업은행은 그러나 내년 투자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의왕 IT센터 신축 이슈 그리고 중조 계정계 분리 관련 ‘그룹 익스프레스 서비스(GSE)’ 파일럿을 진행중인 농협도 투자는 극히 미진했다.

올해 경남은행이 차세대를 가동한 것으로 지방은행 투자는 거의 마무리돼 대구, 부산, 전북은행 3개 은행 자본예산 투자를 모두 합해도 500억원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금융IT 분야에서 100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 RFP를 구경한지 오래됐다”며 “보안투자 강화로 은행권 IT투자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고 금융IT 경기침체 현상을 진단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빅뱅방식이 가져오는 폐해로 해석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차세대’라는 이름하에 2~3년간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그 이후 투자가 현격이 줄어드는 현상이 결국 중소 IT회사들에게는 독약이 됐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이처럼 왜곡된 시장구조가 내년에도 계속되고 어쩌면 가뭄의 단비같은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올해보다 좋아질 듯” = 올해 금융IT 대형 사업의 갈증은 내년에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은행권 기준 산업, 광주은행이 신시스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은 투이컨설팅과 함께 현재 ISP를 추진중이다.

우리은행, 농협, 농협 상호금융 등 계열분리가 진행된 금융회사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BPR)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국민은행 또는 KB카드가 지주 및 은행 경영진 개편 후 이 대열에 합류할지 관심사다.

2금융권 움직임도 적지 않다. 투이컨설팅과 함께 차세대컨설팅을 추진중인 교보생명, 라이나 생명 등 IT개편이 예측되고 하나대투증권도 차세대시스템 개편을 준비중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