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설’ 방침 뒤집고 신규 투자…親 HP 성향 ‘불똥’

애초 증설 방침을 뒤집고 신규 투자에 나선 신한은행(은행장 서진원) DW 재구축 사업이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한국내에서 금융분야 대용량 데이터 분산 처리(DW→DM 전환) 경험이 많지 않은 업체 및 솔루션 선정이 문제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신한은행 IT본부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견된 부실(?) = 신한은행 DW 구축은 기존 EDW(테라데이타 기종)를 목적형 데이터 마트 또는 DW로 재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 2013년부터 추진돼 온 사업이다.<그림 ‘신한은행 정보계 시스템 구성도’ 참조>

▲ 그림 ‘신한은행 정보계 시스템 구성도’

업계에서는 당시 신한은행이 기존 테라데이타 장비 증설을 전제로, 한국 테라데이타-현대정보기술 등과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모았고 40억원 가량의 예산도 확보해 놓았다.

그러나 1~2월 사이, 신한은행 서모 본부장 등 담당부서가 ‘증설’ 방침을 바꿔 BMT 추진으로 돌변했고, 이후 3월 BMT 준비, 같은 해 6월 24일에서 7월 26일까지 BMT를 실시하게 된다.

‘증설’ 방침을 뒤집고 BMT를 추진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테라데이타와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방편이었을 가능성과 서모 본부장과 HP의 높은 친밀도 때문인 것으로 풀이중이다.

BMT 결과, 가격견적을 합산 평가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한국HP ‘버티카’ 제품을 선정하고 10억원 안팎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문제는 올 상반기(6월 전후) 끝났어야 할 이 프로젝트가 연내 가동도 힘들만큼 부실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판단할 때, 현재 공정율을 3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연내 가동은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이 프로젝트 가동 전후로 연계 개발해야 할 몇몇 IT솔루션 도입사업을 뒤로 미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3~4월 전후 DW 구축 사업 연계 IT솔루션 도입 RFP가 나왔어야 하는데 오리무중”이라며 “신한은행 내부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외부에 알리는 것을 극히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이와 관련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공식 언급은 자제중이다.

◆테라데이타 제품 ‘하자 없었는데…’ = 이번 사업은 기존 EDW로 사용중인 테라데이타 솔루션을 완전히 폐기하는 사업은 아니다.

현 EDW 구조가 데이터 로딩, 보안 등 문제로 EDW 체계를 단위업무별 DW 또는 DM으로 분화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성능 : 일정량 이상의 환경구성 및 다양한 업무형태별 성능 비교(목적형 DW 구축 성능 요구) ▲확장성 : 데이터 규모의 선형적 증가에 따른 유연한 확장성 ▲안정성 : WLM 등 운영 및 관리자 기능 비교, 노드별 장애시 대응 ▲편리성 : 최종 사용자(현업) 정보분석을 위한 SQL 최적화 및 사용환경 ▲보안성 : DB암호화 및 유출방지 등 기술요소 등을 DW 재구축 BMT 범위로 산정했다.

이 경우, 계정계 원시 데이터(DBMS) 구조에서 EDW로 그리고 DW 또는 DM으로 분화되는 구조로 아키텍처를 구성한다.

논란은 통상 EDW와 DW 사이 사로 다른 제품을 연결할 경우, 이기종 호환성 문제 등 때문에 단일 벤더로 아키텍처를 일원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같은 구조적인 이유는 신한은행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2012년 예산 편성 과정과 올초까지, ‘테라데이타 EDW 증설’을 전제로 ‘DW 재구축’ 사업 품의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2012년 SAP(옛 사이베이스) ODS(Operational Data Store, 데이터 저장소)를 테라데이타 ODS 30TB로 교체하는 등 테라데이타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두 회사 사이 갈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정황도 나온다.

‘품의완료’를 확인한 한국 테라데이타는 본사에 선주문 형식으로 제품 선적을 요청했고, 이 제품들은 BMT 기간 공항에 머물다 고스란히 미국으로 돌아가는 신세가 됐다.

금기시 하는 ‘선주문’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개별은행의 갈지자(之) 행보에 민간업체가 창고료만 수억원을 날리고 덧붙여 박모 지사장까지 옷을 벗게 한 ‘악덕 은행’이 돼 버린 사건이다.

◆신한은행-HP 특혜논란으로 확산 = 전통적으로 신한은행과 한국HP의 친밀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계정계 서버를 거의 전량 HP 제품으로 사용중이고 따라서 겉만 보면 HP ‘버티카’ 선정은 이상한 거래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은행업무 특성상 대용량 DW 구조에서 DW 및 DM으로 분화시키는 경험이나 한국HP 내 버티카 기술력이 이번 부실의 배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확산중이다.

게다가 최근 HP가 신한은행 BPR 프로젝트를 수주한 사례는 신한은행-HP간 ‘길고긴 밀월’을 의심케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신한은행 BPR은 LG CNS가 수행한 바 있다.

LG CNS의 경우 국내 시중은행 BPR 구축 주사업자 경험이 풍부한데다 2013년에는 ‘적자사업’을 각오하고 국민연금 IT부문 개발 기부체납 사업에도 참여해 신한은행과 신뢰관계를 지속해 왔다.

과거 시스템의 기본 구조 이해가 필요한 이같은 추가 사업은 제안서나 기술력 등 측면에서 LG가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여타 경쟁업체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예상을 뒤엎고 한국HP가 수주한 이번 사안을 놓고, 업계에서는 신한은행과 한국HP간 의혹의 눈길이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HP 홍모 상무가 과거 금융사업을 주도하며 신한은행을 전담해 오다 지난 2012년 하반기부터 ‘버티카’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과 따라서 홍모 상무, 신한은행 서모 본부장의 오랜 친밀도(?)까지 구설에 오르는 상황이다.

대체적인 은행들이 서버나 스토리지 등 도입에 다수 또는 복수벤더 정책을 적용하는데 반해 특정벤더 의존도가 높은 신한은행을 보는 감독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아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